소파 조항 신설 의견 내
독일과 달리 반입 거부할 승인권은
아예 요구조차 안해 ‘저자세’ 비판
독일과 달리 반입 거부할 승인권은
아예 요구조차 안해 ‘저자세’ 비판
주한미군이 탄저균 등 고위험 병원체를 국내로 반입할 때 한국 보건당국에 사전 통보하도록 하는 규정을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신설하자는 의견을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질본)가 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최근 불거진 주한미군의 탄저균 무단 반입 실험과 관련해 정부 기관이 처음으로 소파 개정을 제기한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하지만 질본 개정안 역시 독일과 달리 반입을 거부할 승인권은 요구하지 않는 등 국민 생명권 보호를 위한 조처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질본에서 받아 이날 공개한 ‘소파 협정문 중 양해사항 개정 의견서’를 보면, 질본은 소파 ‘보건과 위생’ 조항의 양해사항에 “미군은 한국의 ‘감염병예방법’에서 지정한 고위험병원체(사균 포함)와 ‘유전자변형 생물체법’의 국가 관리가 필요한 병원성 미생물의 유전자변형 생물체를 한국 내 주한미군기지에 반입하려는 경우 대한민국 보건당국에 이를 사전 통보한다”는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관련 양해사항으로 △격리가 필요한 질병 발생 시 즉시 통보 △반입 식료품 합동검역 △에이즈 환자 정보 제공 등 3가지만을 규정하고 있는데, 탄저균 등 맹독성 세균 반입도 통보 대상에 새로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질본은 이 개정안을 지난달 10일 외교부와 국방부, 관세청 당국자 등이 참석한 ‘주한미군 탄저균 배송 사고 관계부처 합동 대책회의’에서 제안했다.
이전보다 진일보한 것이기는 하지만, 질본 개정안 역시 한국 정부의 별도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 정하진 않아, 질본 요구안대로 규정이 바뀌더라도 미군이 통보만 하면 탄저균 등을 들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의원은 “질본이 사전승인권을 요구조차 하지 않는 굴욕적인 저자세를 보였다”며 “독일은 탄저균 같은 위험물질의 경우, 정부 승인을 받아야 반입할 수 있도록 미군과의 협정에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사전승인 권한을 소파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소파합동위원회 한국 쪽 위원장인 신재현 외교부 북미국장은 “질본의 소파 개정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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