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미국 육군이 자체 웹사이트에 ‘에지우드 화학 생물학 센터’(ECBC)의 주피터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실은 생물학전 탐지 장치 사진. 미 육군 웹사이트
연구 주도 피터 이매뉴얼 박사
“작년 오산서 2개 시스템 야외 실험
생물무기 신속 감지·대응 목적” 밝혀
“작년 오산서 2개 시스템 야외 실험
생물무기 신속 감지·대응 목적” 밝혀
미군이 전세계적으로 생화학 공격 및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국을 생물학전 현장 실험실로 삼고, 탄저균과 보툴리눔 등의 맹독성 물질을 마음대로 들여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른바 ‘주피터 프로그램’(JUPITR, 연합 주한미군 포털 및 통합위협인식)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육군 ‘에지우드 화학 생물학 센터’(ECBC)의 생물과학 부문 책임자로 주피터 프로그램을 이끄는 피터 이매뉴얼 박사는 지난해 12월에 <화학·생물·방사능·핵 포털>(CBRNe Portal)이란 미국 군사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생물학전 대응 실험 장소로 한국을 택한 이유에 대해 “주한미군 고위급들이 (주피터 프로그램이란) 선진적인 개념을 실험해보길 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자원이 고도로 집중되어 있고, 주둔국(한국)도 우호적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 설계된 틀은 미군의 아프리카·유럽·태평양사령부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해, 전세계 미군의 생물학전 대응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실험실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인식을 뚜렷이 드러냈다.
그는 한국에서 진행하는 주피터 프로그램을 “생물무기 공격을 더 빠르게 감지해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피터 프로그램은 모두 4가지 분야로 진행된다. 이 중 가장 큰 우려를 낳는 분야는 ‘생물학 분석 능력 세트’(BICS)이다. 전쟁에서 병사들이 휴대가 가능하고 다루기 쉬운 검사장치를 이용해 적군이 사용한 생화학무기의 독소나 병원균 표본을 채집한 뒤 짧게는 4시간, 길어도 24시간 안에 어떤 성분인지 감식해내는 체계를 뜻한다.
생물학 분석 능력 세트의 1단계에선 검사장치를 이용해 탄저균과 보툴리눔 등 세균·독소 표본을 분석한다. 이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선 세균과 독소의 표본을 들여와야 한다. 오산 공군기지의 주피터 프로그램 연구소에서 지난달 27일 살아 있는 탄저균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는 사고가 벌어진 것도 바로 이 1단계 분석을 위해서였다. 이매뉴얼 박사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비행기를 타고 미국 본토 등에 있는 실험실까지 가야 했기 때문에 며칠 또는 몇주가 걸렸다”며 “2년 전에는 한국의 지휘관에게 이런 능력이 없었지만 지금은 온라인으로 연결된 (한국 내) 연구소에서 샘플들을 정확히 분석해 4~6시간 만에 결과를 보고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생물학 분석 능력 세트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으며, 사실상 한국 내 생물학전 실험이 언제라도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주피터 프로그램의 또 다른 분야인 ‘환경 평가 감식기’(AED)도 한국 내 실험이 진행되는 등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다. 이 감식기는 대기 등 환경에서 생화학무기용 독소나 병원균이 퍼지지 않았는지 24시간 탐지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매뉴얼 박사는 “(2014년) 9월부터 지난주까지(12월) 오산 공군기지 안에서 2개 시스템을 야외에 설치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켜봤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월 ‘에지우드 센터’는 “연구자들이 한국에 9개의 감식기 시스템을 가져갔고, 이 중에는 휴대전화와 호환되는 감식기도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단 1g으로 100만명을 몰살할 수 있는 보툴리눔 등의 생화학전 물질들이 한국 정부도 모르는 사이에 주한미군 실험실로 비밀리에 오가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벌어졌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미군이 주피터 프로그램을 위해 한국에 탄저균 등을 들여오면서 생물무기금지협약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한국에서 제일 먼저 생물학전 대응 실험을 하면서, 사전 통보는 물론 검역 주권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연구 주도 피터 이매뉴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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