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비무장지대(DMZ)를 걸어서 건너는 행사를 진행하는 국제여성평화걷기 위민크로스DMZ(WCD) 참가자들이 24일 오후 경의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파주/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위민크로스DMZ, 경의선 육로 통해 북에서 남으로 넘어와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세계 15개국 여성평화운동가 30명
“남북한의 형제자매애에 초점 맞춰 평화적 대화 나눠야”
“친북적 발언 한 적 없고 ‘노동신문’ 보도에 항의” 반박도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세계 15개국 여성평화운동가 30명
“남북한의 형제자매애에 초점 맞춰 평화적 대화 나눠야”
“친북적 발언 한 적 없고 ‘노동신문’ 보도에 항의” 반박도
‘평화’와 ‘여성’의 이름으로 ‘증오’의 비무장지대(DMZ)를 가로질렀다.
세계 15개국의 30명의 국제여성평화운동가들이 참여한 ‘위민 크로스 DMZ’ 참가자들이 24일 낮 12시께 경기도 파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에서 남으로 왔다. 남쪽 당국의 반대로 도보가 아니라 버스로 남북의 경계선을 넘었다.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두 나라로 나뉘어진 남북한 여성의 목소리가 하나됨으로써 인간으로서 함께 한 것을 확인했다. 15개국의 다른 나라에서 온 여성들이 남북 두 나라의 연결점을 만들었다. 우리가 이룰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을 성취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201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라이베리아의 리마 보위는 “민간과 민간의 외교를 통해 남북간의 새로운 소통의 길을 만들었다. 내가 라이베리아 내전을 겪으며 가지게 된 가장 굳건한 신념은 작은 걸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197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메어리드 맥과이어는 “제가 북한에서 본 것 중 가장 슬픈 것은 이산가족이었다. 형제 자매임에도 끝나지 않은 냉전 때문에 이들은 다시 만날 수 없었다”면서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냉전체제의 남북한이 공통된 인간성과 형제자매애에 초점을 맞춰 평화적인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 평화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북한에서 인권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맥과이어는 “북한에서 인권에 대해 이야기했다. 북한은 끊임없는 경제 제재와 전쟁 속에서 인권이 보장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에서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타이넘은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 인권이 북한에서 향상될 수 있다는 거대한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페미니스트 신학자 현경 교수(미국 유니언신학대)는 “많은 사람들이 선언문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면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으리라고 말했지만, 평화선언에 인권 문제를 넣었고 북한도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한 참가자의 친북적 발언에 대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고 그에 관해 북에 항의했다”라고 부인했다. 지난 21일 <노동신문>은 방북 중인 참가자 크리스틴 안(안은희)씨가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인민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으며, 가장 큰 업적은 조국을 해방하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기자회견에서 “크리스틴이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현경 유니언신학대 교수는 “(인터뷰 당시에 옆에 있었던 AP통신 기자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북 결렬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설 등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들은 원래는 판문점을 걸어서 남쪽으로 올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승인을 해주지 않아 판문점이 아닌 파주 경의선 육로를 버스로 통과했다. 2007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할 당시 경의선 육로를 도보로 통과한 적이 있지만 그 뒤로는 누구도 걸어서 지난 적이 없다. 지난 2013년에 뉴질랜드인 5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비무장 지대를 넘고, 2014년엔 러시아 이주 150주년을 기념해 고려인 32명이 자동차로 비무장지대를 건넜지만 도보 통과는 아니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는 남쪽 여성 300명과 같이 통일대교 북단부터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까지 2.5㎞를 걷는다. 오후 3시부터 임진각에선 환영식과 축하공연을 열고, 남북한 여성들이 만든 공동 평화선언문도 발표한다. 오후 5시부터는 고양 평화통일특별시 선언식 참여한다.
반대 집회에 나선 보수단체와 충돌이 우려된다. 엄마부대봉사단, 내가족돕기방북추진위원회, 한국여성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경의선 임진강역에서 위민 크로스 디엠제트 행사 반대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안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국민운동’ 공동 설립자와 현경 교수 등 한국계 미국인 여성학자들이 10여년 전부터 행사를 기획해왔다. 이들은 지난 3월1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사를 공식화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베이징에 집결해 19일 평양에 도착했다.
5박6일간의 방북 기간 김일성 주석 생가인 평양 만경대와 경상유치원 등을 둘러보고(20일), 북한 여성들과 국제 여성 심포지엄(21일)을 열었다. 22일엔 국제친선관람관을 방문했으며, 23일 평양 통일거리 입구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앞에서 출정식을 한 뒤 개성으로 출발했다. 24일 오전에는 판문점에서 평화 예식을 치른 뒤에 개성으로 돌아와 경의선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왔다. 이들은 오는 25일 서울시청에서 열리는 국제 여성 평화회의에 참여한 뒤, 26일 자신들의 나라로 귀국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watchdog@hani.co.kr
위민크로스 디엠지 회원들이24일 오후 파주시 임진각 민통선 철책길을 걷고 있다. 파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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