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반기문 개성공단행 돌연 불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내년 말 임기를 마무리짓기 전에 남북관계 개선에 의미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을 꾸준히 받아왔다. 북한이 20일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허용 하루 만에 전격 철회함으로써, 남북관계는 당분간 경색 국면을 탈출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 북, 핵·인권 문제 반발?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것은, 그가 전날 북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비판하고 개혁·개방을 촉구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 총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련 결의안에 대한 위배라며,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긴밀히 하고 (외부에 문호를) 개방하고 경제 발전에 매진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말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20일 오후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유엔 안보리에 대해 “자기의 사명과 헌장에 명기된 임무를 망각하고 미국의 독단과 전횡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 공정성과 형평성을 줴버리고 주권존중의 원칙, 내정불간섭의 원칙들을 스스로 포기한 기구”라고 비난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반 총장의 방북 취소 결정이 공개된 지 몇 시간 만에 나온 이 성명에 방북을 취소한 이유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의 세력간 갈등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으로선 인권 결의안과 대북 제재 등을 하는 유엔이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북 내부에서 세력간의 정책적 알력과 갈등이 커지면서 강경파가 준동했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런 갑작스런 취소는 김정은의 지시 없이 이뤄지기 어렵다. 자신의 생각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기회를 놓친 것은 김정은의 외교 역량 부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 총장 ‘대북 발언’ 다음날
북한 국방위 유엔 비판성명 발표
내부 강온세력 간 알력설도
남북냉각기 전환 기대 무산 ■ 남북관계 ‘냉각’ 남북관계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됐던 반 총장의 방북이 돌연 취소돼 그 반작용으로 남북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북한은 민간에도 다시 문을 닫아걸고 있다. 6·15공동선언 15주년 남북공동행사 남쪽 준비위원회는 지난 14일에 이어 18일 다시 북쪽 준비위에 접촉을 제안했지만 20일 현재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 5월을 기대했던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방북도 지체되고 있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는 “아직은 북쪽에서 연락이 없다. 남북관계가 어려우니 시기를 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도 북쪽 노동자 임금인상 문제를 둔 남북간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4월분 임금부터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위탁해 납부하라고 기업들에 요구하자, 북쪽이 “주권 침해”라고 발끈하고 나서면서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 오는 22일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이 개성공단을 다시 방북해 남북 당국간 대화를 재차 요청할 예정이지만, 반 총장 방문을 거부한 북한이 더 강경하게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반 총장, 평양엔 갈 수 있을까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취임 이래 “적절한 시기에 방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2009년과 2012년에도 “평양을 직접 방문해 북한 지도자들과 남북 대화와 교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이슈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는 등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출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한 기여를 자신의 업적(레거시)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쳐온 바 있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사무총장 명의의 조전을 보내는 등 북한과의 관계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 반 총장은 ‘사무총장실-북한 유엔대표부’ 사이 뉴욕 채널을 통해 꾸준히 북한 방문 가능성을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WEF)에 참가하게 된 것을 계기로, 몇 달여 전부터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해왔다. 꾸준한 접촉을 통해 19일 오전 개성공단 방문에 대한 북한의 허용 사인을 받았지만, 하루 만에 허사가 됐다. 그럼에도 반 총장 쪽은 여전히 별도의 평양 방문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반 총장은 북한 방문을 추진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평양에도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지훈 김외현 기자 watchdog@hani.co.kr
북한 국방위 유엔 비판성명 발표
내부 강온세력 간 알력설도
남북냉각기 전환 기대 무산 ■ 남북관계 ‘냉각’ 남북관계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됐던 반 총장의 방북이 돌연 취소돼 그 반작용으로 남북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북한은 민간에도 다시 문을 닫아걸고 있다. 6·15공동선언 15주년 남북공동행사 남쪽 준비위원회는 지난 14일에 이어 18일 다시 북쪽 준비위에 접촉을 제안했지만 20일 현재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 5월을 기대했던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방북도 지체되고 있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는 “아직은 북쪽에서 연락이 없다. 남북관계가 어려우니 시기를 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도 북쪽 노동자 임금인상 문제를 둔 남북간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4월분 임금부터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위탁해 납부하라고 기업들에 요구하자, 북쪽이 “주권 침해”라고 발끈하고 나서면서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 오는 22일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이 개성공단을 다시 방북해 남북 당국간 대화를 재차 요청할 예정이지만, 반 총장 방문을 거부한 북한이 더 강경하게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반 총장, 평양엔 갈 수 있을까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취임 이래 “적절한 시기에 방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2009년과 2012년에도 “평양을 직접 방문해 북한 지도자들과 남북 대화와 교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이슈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는 등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출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한 기여를 자신의 업적(레거시)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쳐온 바 있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사무총장 명의의 조전을 보내는 등 북한과의 관계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 반 총장은 ‘사무총장실-북한 유엔대표부’ 사이 뉴욕 채널을 통해 꾸준히 북한 방문 가능성을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WEF)에 참가하게 된 것을 계기로, 몇 달여 전부터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해왔다. 꾸준한 접촉을 통해 19일 오전 개성공단 방문에 대한 북한의 허용 사인을 받았지만, 하루 만에 허사가 됐다. 그럼에도 반 총장 쪽은 여전히 별도의 평양 방문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반 총장은 북한 방문을 추진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평양에도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지훈 김외현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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