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정상을 겨냥한 남과 북의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6·15 공동선언 15돌, 광복 70돌 기념 남북공동행사 개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남쪽에선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잇달아 공방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19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 콘퍼런스에서 한 축사에서 “북한은 최근에도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으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고, 내부의 측근 인사들조차 연달아 숙청하는 공포정치로 국제사회를 경악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에 이어 다시 한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직접 겨냥한 발언을 했다. 또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개혁과 개방으로 이끄는 것이야말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북한도 전날에 이어 박 대통령을 “마귀할미”, “정치 매춘부”라고 부르며 극단적인 비난 공세를 폈다. 북쪽의 대남선전용 인터넷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논설에서 “박근혜의 추태야말로 동족대결에 미친 늙은 광녀의 단말마적 발작”이라며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언사로 하여 모처럼 마련된 북남관계 개선의 좋은 기회들이 사라져버렸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6·15 및 8·15 남북공동행사 추진에는 급제동이 걸렸다. 남쪽 준비위는 19~20일에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북쪽은 답이 없는 상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제1비서는 경험이 부족해 정치적 판단 없이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고 있고, 박 대통령은 북한을 비판해놓고 대화하자는 전략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두 지도자 모두 남북 당국간 불신의 골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선 똑같다”고 말했다.
다만 양 교수는 “북이 전날 전국연합근로단체 대변인 담화와 오늘 인터넷 매체 등 격이 낮은 통로로 비난을 한 점에 비춰, 아직은 대화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21일 개성공단 방문이 기류 전환의 계기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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