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이사장 방북도 지체
남북관계 다시 갈지자 걸음
담화 낸 북 전국연합근로단체
위상 낮아 관계 파탄 의도는 아닌듯
남북관계 다시 갈지자 걸음
담화 낸 북 전국연합근로단체
위상 낮아 관계 파탄 의도는 아닌듯
북한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문제를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비난의 수위를 한층 더 높이고 나섰다. ‘6·15공동선언 15돌 남북공동행사’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5월로 전망했던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방북도 지체되는 등 5월을 계기로 ‘해빙기’가 기대되던 남북관계가 다시금 갈지자걸음을 하고 있다.
북쪽은 18일 전국연합근로단체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요즘에는 박근혜가 그 무슨 체제의 불안정으로 우리가 곧 허물어질 것이라는 개꿈 같은 망발을 늘어놓는가 하면 북 인권 문제를 더이상 묵인할 수 없다고 악청을 돋구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애비, 에미가 불운에 횡사당하고 독수공방하면서 변태적으로 이그러진 성격과 다른 사람들을 짓누르기 위해 꿈틀거리던 권력욕구만이 박근혜의 온몸에 차넘치고 있다”고 박 대통령의 가족사까지 언급하며 극단적인 독설을 쏟아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동과 북한 내부의 극도의 공포정치가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남북 대화에 앞서 우리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북한에 계속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달 30일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고사총으로 공개처형했다는 첩보를 지난 13일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것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북쪽은 이를 자신들의 ‘최고 존엄’에 대한 공개비판으로 받아들여 역공 수위를 높이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의 미확인 ‘첩보’ 공개와 그에 기반한 박 대통령의 대북 비판, 그에 대한 북쪽의 반발이 연쇄적으로 남북관계의 갈등 수위를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북쪽의 고강도 원색 비난은 김정은 제1비서의 ‘공포정치’로 북쪽 내부에서 대남 유화책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고위관료들은 처형 위협 앞에선 충성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남쪽에 강경한 의견을 내놓는 사람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그러다 보면 정책적 합리성은 떨어지고, 대외적으로 무리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북이 대남 비방 수위를 높이고 민간 교류 추진이 연이어 불투명해지면서, 남북관계엔 냉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이날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이 우리 국가원수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인신공격과 몰상식한 비방, 중상을 하는 것에 대해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즉각 맞받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올해 남북관계는 사실상 끝났다. 남북관계 개선 희망을 접고 남북한 간 긴장 고조가 가져올 수 있는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북쪽이 전국연합근로단체라는 위상이 낮은 단체를 통해 담화를 내보내 수위 조절을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같은 대남 핵심 기구가 아니라 그동안 한번도 담화를 낸 적 없는 전국연합근로단체란 외곽단체를 내세워 담화를 내도록 한 것은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려는 의도까지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바라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대남 비방의 주체가 격이 낮다는 것은 오히려 북한이 북미 또는 남북 대화를 열기 위해 전술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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