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측근으로 평가돼온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권부에서 제거되면서, ‘김정은 체제’의 살아남은 핵심 지도층의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에서 김 제1비서와 더불어 영구차를 호위하면서 애초 최측근 후견 세력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운구 7인방’은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기남 당 비서 등 2명을 빼면 모두 자취를 감췄다. 2012년 우동측 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과 리영호 전 군 총참모장이 숙청됐고, 김영춘·김정각 전 인민무력부장도 2선으로 물러나거나 실각했다. 장성택 전 당 행정부장은 2013년 말 처형됐다.
장 전 행정부장 처형 직전인 2013년 11월30일 김 제1비서와 함께 백두산 삼지연을 방문하면서 숙청을 주도한 ‘삼지연 8인방’이 새로운 실세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과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은 최근 권부에서 밀려났다. 김정은 체제의 군과 공안 책임자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은 여전히 권부 핵심으로 평가된다.
김일성 직계 혈족인 ‘백두산 혈통’과 항일빨치산 2세 그룹은 김 제1비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각종 현지지도에 동행하고 있는 동생 김여정은 지난 3월 당 부부장 직함을 얻었고,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최룡해 당 비서는 황병서 국장과 더불어 김정은 체제의 쌍두마차라는 평가를 얻는다.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오일정 당 부장도 지난해 말부터 많은 활동이 포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두산 혈통 및 빨치산 세력 2~3세대가 중국처럼 ‘태자당’을 형성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과 달리 유일지배체제의 공고화를 최우선시 하는 북한 권력 구조 특성상 실질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 제1비서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조직적 기반으로는 당 조직지도부가 첫손에 꼽힌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조직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정치관료들이 김정은과 한편이 돼서, 당·정·군의 정책 집행 세력과 맞서 갈등하는 구조인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최측근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이나 친위그룹으로 분류되는 조연준 당 제1부부장은 모두 조직지도부 사람들이다.
김 제1비서의 배경에 군부 원로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김정은 시대 들어 권력에 오른 사람들을 잇따라 숙청한다는 건 든든한 뒷배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잘 보이지 않는 군부 원로들이 최룡해 비서 같은 빨치산 2세를 매개로 역할을 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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