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됐다는 국가정보원의 지난 13일 발표를 계기로, 북한 유일 권력자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통치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김 제1비서는 권부 실력자들도 하루 아침에 처단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절대적 복종과 충성을 이끌어내는 ‘공포정치’를 구사하고 있다. 권력 기반의 취약성과 정치적 경험의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제1비서가 북한 내 권력 장악력을 높이는 방식으로는 ‘숙청’과 ‘견장통치’, ‘서열 경쟁’ 등이 눈에 띈다.
먼저 전격적 공개처형을 비롯한 숙청은 김정은 체제의 대표적 통치술로 떠올랐다. 2012년 김 제1비서 집권 이후 처형된 간부들은 70여명에 이른다고 국정원이 집계했는데, 이는 집권 초 4년간 10여명만 처형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7배가 많다. 국정원은 “간첩죄 같은 무거운 죄목만이 아니라 김정은의 지시에 이견을 달거나 심지어 비리·남녀 문제 등을 이유로도 처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부 고위급의 계급장을 떼었다 붙였다하는 이른바 ‘견장통치’도 김정은 체제 들어 두드러진다. 현영철 부장은 김정은 통치 기간인 지난 3년간 차수와 대장, 상장, 대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김 제1비서의 농구교사 출신으로 알려진 최부일 인민보안부장(경찰청장)도 별 넷에서 별 하나로 떨어지는 큰 폭의 부침을 겪었다. 박정천 부총참모장 겸 화력지휘국장도 김정은 체제에서 냉온탕을 오갔다. 2012년 김정일 체제 출범 당시 중장(별 둘)을 단 뒤 상장(2013년4월)→중장(2014년4월)→상장(2014년5월)→소장(2015년3월)으로 4차례나 계급이 바뀌었다. 소니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의 배후로 미국이 지목한 김영철 인민군 정찰총국장도 상장이었다가 김정은 집권 이후엔 대장(2012년2월)→중장(2012년11월)→대장(2013년2월)으로 연달아 계급장을 갈았다. 김정일 집권 시기에 인민무력부장인 김일철과 김영춘이 각각 9년과 3년씩 일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끊임없는 ‘서열 경쟁’도 김 제1비서가 애용하는 통치술이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지난해부터 세차례나 서열이 엎치락 뒤치락했다. 지난달 황 총정치국장이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것이 확인되면서 최 비서를 앞질렀다. 장성택 처형 이후 자신의 유일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권부 2인자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김 제1비서의 용인술로 평가된다.
김 제1비서의 공포통치 ‘3종 세트’는 그가 젊은 나이에 바로 최고 권력에 오른 데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일성대 출신으로 노동당 과장으로 정치를 시작해 측근 그룹을 다수 확보하고 단단한 권력 기반을 확보한 김정일 위원장과 달리, 김 제1비서는 유학 뒤 당 활동 경험도 갖지 못한 채 곧장 1인자가 됐다. 측근 세력과의 연계나 신뢰가 취약하기 때문에 공포에 기반해 권위를 과시하는 방식에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이 공포통치에 의존하는 건 젊고 과단성이 있다는 것을 지나치게 과시하면서 경험이 부족해 정치적 계산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김정일은 장기간의 체제 구축 과정을 거쳤지만 김정은은 매우 짧아 단기간에 대규모 세력 교체를 진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북 체제의 경직성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지훈 김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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