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거사·영토 도발’ 벌이면서
안보협력 강화하자며 ‘이중성’
한국정부 하루전 “계획 없다”서
누그러진 분위기…기류 변화
안보협력 강화하자며 ‘이중성’
한국정부 하루전 “계획 없다”서
누그러진 분위기…기류 변화
일본이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4년 만에 다시 열자고 제안했다. 최근 ‘과거사 역주행’을 벌이는 동시에 안보협력은 강화하자며 공세적 요구에 나서는 이중성을 드러낸 것이어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본은 14일 서울 외교부에서 열린 한-일 안보정책협의회에서 조기에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자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 10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일본 기자들에게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전보장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만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쪽은 “신중하게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하루 전인 13일 브리핑에서 ‘한-일이 5월 국방장관 회담을 추진한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전혀 논의하지도 않았고 계획도 없다”며 딱 잘라 부인한 것보다는 누그러진 분위기다. 최근 미국 주도로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강화가 적극 모색되는 흐름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 부정적이던 정부 내 기류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들어 ‘투 트랙’(과거사 문제와 안보·경제 등 다른 이슈를 분리) 접근을 대일 외교의 기조로 부쩍 강조하고 있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 개최도 원칙적으로는 긍정적 검토 대상에 든다. 문제는 일본이 과거사·영토 도발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첨예한 안보 의제를 국방장관 회담이라는 고위급 틀에서 일본과 논의하는 데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가 쉽지 않은 시점이다. 특히 국방장관 회담이 열릴 경우 일본이 희망해온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문제가 의제에 오르는 등 자칫 일본의 재무장에 한국이 들러리를 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중국 등 주변국의 예민한 반응 또한 예상된다.
일부에선 이런 점을 두루 고려해 정부가 일반적 한-일 협력은 이어가되, 국방장관 회담 등의 민감한 문제는 시간을 두고 일본의 과거사 반성 여부 등을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외현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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