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천안함 북침 사과’를 거부해, 이를 전제로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기로 한 탈북자·보수단체가 곧 다시 풍선을 날리겠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천안함 사과를 거부하고 5·24해제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내보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 담화에서 북한은 5·24조치 해제를 위해 북한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우리정부의 방침을 두고 “천안함 침몰 사건과 상관없는 우리더러 그 무엇을 사과하고 무작정 태도 변화를 보이라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주장은 없다”면서 “잠꼬대 같은 넋두리”라고 비난했다.
이에 탈북자·보수단체 쪽에서도 곧 다시 대북전단 살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변화의 조짐이 없다. 우리가 바로 나서지는 않고 조금 더 끈기 있게 지켜보려고 하지만 우리의 인내가 얼마 안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앞서 23일 북한의 천안함 피격 사과를 전제로 대북전단 살포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박 대표를 만나 지역 주민의 안전 등을 고려해 전단 살포를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방침을 전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우리가 비공개적으로 보내는 것을 두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 비공개적인 대북전단 살포는 할 수 있다는 뜻을 고집했다.
박 대표와 함께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하는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도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오늘 북한의 담화를 ‘우리한테 대북전단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초청장으로 받아들이겠다. 앞으로 바람만 맞으면 기습적으로 날려보낼 것이고, 전단량도 50만장에서 100만장으로 늘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 쪽과는 거리를 두는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전단풍선은 어떤 정치 타협 대상이 아니다. 우린 언제든지 비공개로 대북전단을 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오늘과 내일 이야기가 달라지는 개인의 기분에 따라 남북관계가 좌우돼야 하나. 정부가 나서서 명확히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해 지금의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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