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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개성공단 기업들 건의 거부한 북한

등록 2015-03-18 19:49수정 2015-03-18 22:21

18일 오전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차량들이 개성공단으로 출경하고 있다. 이날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북한의 일방적인 임금인상 통보에 항의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다녀왔다. 파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8일 오전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차량들이 개성공단으로 출경하고 있다. 이날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북한의 일방적인 임금인상 통보에 항의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다녀왔다. 파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임금인상 관련 건의서 접수 안해
북한 “전단살포 금지 등 선행” 제안
대표단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
통일부 “임금-전단 연결 부적절”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이 북한의 일방적인 노동자 임금인상 통보에 항의하기 위해 북쪽 당국자와 만났으나, 북쪽은 건의서 접수를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을 둘러싼 북쪽과의 갈등을 풀기 위해서라도 대북전단 살포 금지, 5·24조치 완화 등 남쪽 당국의 전반적인 관계개선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놨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등 공단 입주기업 대표단 14명은 18일 개성공단을 찾아 오전 11시부터 2시간가량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 등 북쪽 관계자 5명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입주기업 대표단은 건의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북쪽이 거부했다. 건의서에는 “북쪽의 일방적인 노동규정 개정은 바이어와 고객,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입주예정 기업들의 신뢰를 저버릴 것이며, 남북 당국간 협의를 거쳐 확정하는 것이 신뢰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북한이 건의서 접수는 거부했지만, 기업 대표단과의 만남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로 돌아온 정기섭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면담 과정에서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상세히) 전달했다. 북쪽도 우리 쪽에 설명하는 등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기업들 사이에선 북쪽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북전단 살포 중단 등 남북관계 개선 조처가 이뤄지면 개성공단 임금인상을 둘러싼 남북 갈등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정기섭 회장은 이날 오전 개성공단 방문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전단 살포가 억제되면 임금인상 등 노동규정 문제도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와 임금인상 문제를 연결짓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북한의 일방적이고 부당한 임금인상 요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임 대변인은 “임금인상 문제는 우리 쪽이 제안한 공동위원회에 북쪽이 하루빨리 호응해 당국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개성공단 폐쇄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모두의 노력을 주문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쪽은 대북전단 살포와 5·24조치, 한-미 군사훈련 등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인상으로 표출하면서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천안함 5주기 대북전단 살포를 적극적으로 막아 남북관계 안정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봉현 아이비케이(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쪽이 당초 계획보다 개성공단 사업 진행이 늦어지고 기대했던 만큼 이익을 내지 못하자 외화 확보를 위해 일방적인 임금인상을 진행하고 있다. 북쪽은 공동위원회에 나와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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