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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100억달러 요구, 정상회담 조건 아니었다”

등록 2015-02-02 20:21수정 2015-02-02 22:19

대북 소식통 “국가개발은행 설립에
국제적 투자 유치 도와달라는 뜻”
‘회고록’ 관련 주장에 반박
MB쪽 주장 ‘북 몰이해’ 탓인듯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통해 남북관계와 외교 비사를 상세하게 공개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이 전 대통령 쪽이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왜곡에 가까운 일방적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집필을 총괄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2일 <한국방송 >(KBS) 라디오에 출연해 남북 정상회담을 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정상회담 조건으로 북한이) 100억달러라는 거액을 요구하기도 했고, 부도가 나면 고스란히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할텐데 그렇다면 지금쯤 청문회에 서거나 특검을 받아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고록에는 2009년 가을 북한이 정상회담 조건으로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달러를 요구했다는 식으로 적었다. 김 전 수석이 언급한 것도 이 부분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전 수석의 주장이나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앞뒤 맥락없이 전달해, 왜곡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시 협상과정을 깊숙이 알고 있는 한 대북 소식통은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당시 우리 산업은행과 비슷한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려 하니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 소식통은 “(큰 규모의 자본금이 필요한) 은행 설립은 미국 도움없이는 (지원이) 힘들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되면 국제적으로 (투자 유치를)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얘기가 모아졌다”며 “북한이 계속 그렇게 무리한 요구를 했다면 2011년까지 정상회담 논의가 이어졌겠느냐”고 말했다.

2009년 10월 싱가포르에서 대북 물밑접촉에 나섰던 임태희 전 노동부장관도 지난해 2월 한 월간지 인터뷰를 통해 당시 떠돌던 정상회담 대가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이 그런 요구를 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협상을 허용할 리 만무했을 것이며, 실제 김양건 (통일전선) 부장도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김 전 수석의 말이나 회고록 내용은 북한 협상전략에 대한 무지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북 협상에 자주 관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초기 의제 협상 과정에선 요구 수준을 최대치로 높였다가 이후 크게 양보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데 비해, 우리 쪽은 목표 달성에 대한 여론 부담 때문에 처음부터 적정치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요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초기에 내놓은 최대치의 요구 수준을 곧이곧대로 협상안으로 이해한 것 자체가 이명박 정부의 북한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지원을 요청한 옥수수 10만t, 쌀 40만t, 비료 30만t 등도 우리 쪽 요구 사항인 납북자·국군포로 고향방문 등과 ‘주고받기’ 차원에서 논의됐던 것이라고 대북 소식통은 강조했다. 따라서 북한의 요구는 정상회담 전제조건이라기보다는 정상회담 의제 조율 과정의 일환이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 회고록에선 2011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을 ‘김정은 단독 방중’으로 착각했다가 중국 외교부가 귀뜸해 준 뒤에야 알게 된 사실, 같은해 12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51시간30분 동안이나 까마득하게 몰랐던 사실 등 이명박 정부의 취약했던 대북 정보 능력에 관한 부분은 빠져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자신들의 치부는 숨긴 채 북한의 무리한 요구만 부각시키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발목을 잡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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