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평화중재 미션 성공할지
김정은 방러 앞서 중국갈지 관심
김정은 방러 앞서 중국갈지 관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러시아 주최의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도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중국을 제쳐놓고 러시아를 경색된 대외관계의 첫 돌파구로 삼게 될지도 관심거리다.
남북 정상회담 주선에 적극적인 러시아
현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전 기념행사를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 주선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러시아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는 지난 20일 ‘푸틴에겐 남·북한을 어떻게 화해시킬지 계획이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은 북한에 새로운 제재를 가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며 “푸틴이 평화 중재자가 된다면, 이는 의심할 여지없는 러시아 외교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나아가, “만약 푸틴의 ‘미션’이 성공한다면,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뿐 아니라 한반도 통일의 초석이 될 거란 점에서 서방에 ‘더블 펀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남북 정상회담 주선에 이처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서구와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속뜻이 숨어 있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될까?
러시아는 이같은 맥락에서 박근혜 대통령한테도 승전기념 행사 초청장을 보냈지만, 정부로서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대러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승전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지난해 정부 고위 인사들을 한국에 보내 대러 제재 동참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모스크바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남·북·러 3국 협력 사업을 위해선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야 할 필요성이 있고, 또한 참석하지 않을 경우 자칫 중요한 외교적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 여론이 있을 수도 있어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박 대통령의 행사 참석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정은, 중국 먼저 갈까 러시아 먼저 갈까
김정은 제1비서가 북-러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시 주석도 러시아의 승전 기념식에 참석할 전망이지만, 중국이 아닌 러시아에서 북한과 첫 정상회담을 하는 이례적 기록을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대북한 외교의 우위가 러시아에 넘어간 것을 인정하는 치욕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 제1비서와 시 주석이 모스크바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면, 예전처럼 끌어안고 ‘잘 지내자’는 인사를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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