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언급하면서도 북 특정안해
‘대화국면 염두 포석’ 분석
북한 문제 후순위로 밀렸나 우려도
‘대화국면 염두 포석’ 분석
북한 문제 후순위로 밀렸나 우려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북 제재를 유지하되,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향후 대화 국면으로의 상황 변화까지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어떤 외국이나, 어떤 해커도 우리의 네트워크를 셧다운하거나 영업비밀을 훔치고 어린이들을 포함한 가족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니픽처스’ 해킹 배후로 지목된 북한을 비난하는 듯 보이지만, 직접 북한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또한, 이런 언급은 ‘북한 때리기’ 보다는 오바마 행정부가 집권 후반기 국정 화두로 내세운 ‘사이버 안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이 커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2~13일 사이버 범죄 대응책 및 사이버보안 입법안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한국 정부 안에서도 이번 연설에서 북한이 거론되지 않은 점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을 앞두고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등으로 의회 등 미국 내 대북 여론이 상당히 악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오바마 행정부는 압박이나 제재를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에게 (역공)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대화를 유도해 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좀더 적극적인 대화메시지를 던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쿠바나 이란에 분명한 화해 메시지를 던진 것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에 대해선 “50년간 유지해온 정책이 작동하지 않은 지금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할 시점”이라며 미-쿠바 관계 정상화를 반대하는 공화당을 향해 반박했다. 이란의 경우에도 핵프로그램 개발이 중단되고 핵물질이 축소된 점을 핵협상 성과로 꼽았다. 한켠에서는 이번 국정연설이 그동안 ‘총체적 실패’로 비판받아 온 외교·안보정책 방어에 초점을 맞춰, 별다른 외교적 성과가 없는 북한을 거론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북한이 언급되지 않아 오바마 행정부의 ‘업적쌓기 목록’에서 북한과 한반도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국정연설에서도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새로운 외교독트린을 제시한 5월 웨스트포인트 연설,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 때도 북한을 거론하지 않았다.
이용인 기자, 워싱턴/박현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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