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3주기 조의’ 감사 차원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3주기에 조의를 표한 것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김대중평화센터와 현대아산 쪽에 23일이나 24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북쪽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비서가 직접 남쪽 인사들을 만나겠다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일부는 19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가 이날 판문점 채널을 통해 김대중평화센터 및 현대아산 앞으로 이 같은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왔다”며 “양쪽에 통지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쪽은 전통문에서 남쪽 인사를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비중있는 인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평화센터와 현대아산 쪽은 “늦게 연락을 받아 누가 개성에 갈지는 이제부터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은 김정일 3주기를 하루 앞둔 16일 개성을 방문해 이희호 여사 명의의 조화를 전달했으며, 현대아산도 조건식 사장 등이 같은 날 개성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명의의 조화를 전달한 바 있다.
이번 북쪽의 개성 방문 요청은 몇가지 점에서 눈에 띈다. 우선, 북쪽은 그동안 주로 김대중평화센터 등에 직접 팩스를 보내 방문을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당국 간 채널’을 이용했다. 방북 결정권을 쥔 남쪽 당국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고위급 접촉 무산 이후 냉랭해진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대남정책의 실무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김양건 비서가 직접 나선데다, 남쪽에서 ‘비중있는 인물’이 나올 것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남쪽의 조화 전달 때는 김 비서보다 직책이 낮은 원동연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나온 바 있다.
이런 점들에 비춰볼 때 북쪽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남북 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사건들도 적지 않아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아직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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