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북한 정치국 상무위원 겸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다음주 러시아를 방문한다. 김 제1비서의 러시아 방문도 협의할 것으로 예상돼, 그의 집권 이후 첫 정상회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김정은 동지의 특사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최룡해 동지가 가까운 시일 내에 러시아 연방을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언론보도문을 통해 최 특사가 “17~24일 러시아를 방문한다”며 “방문 기간에 정치 대화 수준 격상, 통상경제관계 활성화 방안,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등을 포함한 양자관계 현안과 상호 관심사인 일부 국제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비서는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만큼 푸틴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 비서보다 실질적으로 서열이 낮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지난 8일 드미트리 야조프 전 소련 국방장관의 90살 생일 행사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최 비서의 1차적인 방러 목적은 양국간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 타진과 의제 조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러는 최근 경제협력과 고위급 인사 교류 등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올해 7월 북한 나진항 3호 부두가 북-러 합작으로 완공됐으며, 지난달부터는 북-러 간 무역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반대하는 지난 3월 유엔총회 결의안 채택 때 반대표를 던진 11개 나라 중 하나였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룡해 비서의 방러를 통해 북한은 양국관계를 현재의 경제협력 수준에서 전략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할 것”이라며 “당연히 정점은 김정은 제1비서의 러시아 방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대러 접근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러 간 갈등을 활용해 외교적 공간을 넓히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올해 9월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유럽 및 몽골 순방 △리수용 외무상의 이란과 미국, 러시아 방문 등 외교적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중국과 역사적·잠재적으로 라이벌 관계인 러시아와의 밀월을 과시하면서 ‘불편한 북-중 관계를 풀자’는 우회적인 메시지를 중국에 던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를 추구하며 동북아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신동방정책’을 펴왔다. 미-중 양강 체제가 갈수록 확고해지고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유지·확대하기 위해선 북한이라는 지렛대가 필요한 셈이다.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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