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전작권 전환 연기’ 근거엔 냉전 프레임 고스란히

등록 2014-10-24 19:57수정 2014-10-24 23:48

국방부 논리의 허점

“북핵·미사일 대응 능력 필요” ☞
외교 수단 고려없이 군사적 대응만
킬 체인·KAMD 구축 만능론도 잘못

“한반도 주변의 안보환경 고려” ☞
전작권-동북아 문제 연계 지나쳐
한·미·일 지역동맹 명분쌓기 지적

‘전작권 전환’ 언제될지 기약 없어
주변국과 협상 주도권 잃을 우려
한·미가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사실상 무기연기하기로 합의하면서 제시한 논리들이 지나치게 편의적이거나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24일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전작권 전환’이란 목표를 먼저 세워놓은 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를 끼워맞춘 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미가 외교적 수단은 도외시한 채 군사적 수단을 통해서만 억제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이다. 한·미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전환의 조건 가운데 하나로 ‘한국군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을 꼽았다. 이에 따라 2020년대 중반을 목표로 추진 중인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등을 구축할 때까지는 전작권 전환 논의도 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은 잘못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2차, 3차 공격능력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수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들 것이고, 이동성을 증가시키며 더 정교한 은폐에 노력할 것”이라며 “게다가 요격이 불가능한 북한의 주력 타격수단인 장사정포, 단거리미사일, 다연장 로켓포들에 대해선 킬 체인이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는 (오히려)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미의 ‘외교적 실패’로 북핵 고도화를 방치하고 있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데도, 한·미가 이에 전작권 재연기로 대응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미 관계 개선이나 6자회담 재개 등을 통해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한·미는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북한의 재래식 무기 위협에 대한 평가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이 북한을 압도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를 갖춰야 전작권 이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밑그림 없이 북한 위협을 군사력으로만 방어하겠다는 것은 위협을 감소시키지도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남북관계만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김준형 교수는 “냉전을 벗어나자면서 냉전 프레임에 갇혀 있고, ‘통일 대박’을 얘기하면서 분단 비용을 과도하게 지불하는 것”이라며 “안보 중심으로만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박근혜 정부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고 지적했다.

셋째로, 전작권 전환 조건을 언급하면서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환경’ 외에도 ‘한반도 주변의 역내 안보환경’까지 거론한 것도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해 “지역 분쟁이 있게 되면, 해상교통로에 대한 우리의 교역 의존도가 90%”라며 “남중국해, 동중국해 연결 교통로가 무력분쟁에 휩싸이면 심각한 위협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의 전작권 문제가 왜 동북아 환경으로까지 연결돼야 하는지에 대해 국방부는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작권 문제를 역내 문제로까지 무리하게 연결시킨 것은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미·일 지역동맹을 공고하게 구축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일 동맹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범위도 확대하기 위해 전작권 재연기 논리를 끼워맞췄다는 것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동북아의 구조적 문제를 전작권 문제와 연관시켜 결과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더 어렵게 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전작권은 영원히 못 찾아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작권 전환이 재연기됨으로써 단순히 ‘군사주권 포기’라는 감정적 차원을 넘어 주변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작권 전환 시기가 기약이 없어지면서, 굳이 북한, 일본, 중국이 군사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밀도있는 협의를 할 까닭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과 직접 협의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