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뉴스분석 북-미관계 개선되나
북한에 억류 중이던 미국인 3명 가운데 1명이 전격 석방된 것을 고리로, 북한과 미국이 적극적으로 관계 회복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2012년 2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꽉 막혀 있던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노동당 제1비서인) 김정은 동지께서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의 거듭되는 요청을 고려해 미국인 범죄자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을 석방시키는 특별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어 “미국인 범죄자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은 해당한 법적 처리 절차에 따라 미국 쪽에 인도됐다”고 덧붙였다. 제프리 파울(56)은 지난 5월7일 함경남도 청진을 여행한 뒤 출국하는 과정에서 성경책을 유포한 혐의(적대행위)로 체포됐으나 기소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22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6자) 회담 재개의 동력이 생겨나기를 희망한다”며 “미국은 전적으로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케리 국무장관은 여전히 북한에 억류 중인 나머지 2명의 미국인도 조속히 석방되기를 희망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도 21일 브리핑에서 제프리 파울의 석방 소식을 전하며 “북한의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이 억류됐던 제프리 파울의 석방을 계기로 보인 태도는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다. 우선 북한은 억류자 3명의 석방과 관련해 ‘미국 고위급 인사 방문’ 등을 일관되게 요구했다. 이런 점에서 특사나 고위급 인사의 방북이라는 통상적인 절차 없이 파울을 먼저 석방한 것은 ‘예상 밖의 결정’으로 평가된다. 실제 2009년 3월 북-중 국경지대에서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 2명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석방됐다. 2010년 불법 입국 혐의로 8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데려왔다. 정부 소식통도 “협상이나 조건 제시를 통해 풀어준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북한의 기존 패턴과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움직임은 최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고위급 3인방의 방남,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유엔 방문 등 일련의 공세적인 대외 전략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적극성과 개방성은 김정은 체제에서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외교 분야에서 고립을 탈피해보겠다는 의도와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장일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22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인권 실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파격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북 “오바마의 거듭되는 요청에
제프리 파울 석방 특별조치”
유엔 북대사는 인권 대화 강조 미 “6자회담 재개 되길” 화답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도 그가 여러차례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점에 비춰보면,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케리 장관은 지난 2월26일 미국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잔인한 곳 가운데 하나”라며 “이(북한)는 악(evil)이고, 사악한 곳”이라고 규정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표시해왔다. 특히 지난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국·일본 외교장관 등과 함께 ‘북한 인권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는 등 인권 문제를 부각하며 북한을 압박해왔다. 향후 단기적인 북-미 관계의 향방은 남은 2명의 미국인 억류자들이 어떻게 처리될지에 달려 있다. 파울은 풀려났지만, 북한에는 각각 15년과 6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케네스 배(46)와 매슈 토드 밀러(24) 등 미국인 2명이 여전히 억류돼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유엔에서 대북 인권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 완화를 요구하고 미국은 11월 중간선거 전에 자국민 석방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런 과정이 원만하게 이뤄지면 중간선거 뒤 연내에 미국의 고위급 특사가 북한을 방문해 억류된 나머지 2명도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둘러싼 북-미 간의 물밑 조율이 관계 복원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고 있는 데 비해, 미국은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 및 핵활동 중단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양쪽의 인식 차이가 워낙 커 쉽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김외현 기자, 워싱턴/박현 특파원 oscar@hani.co.kr
제프리 파울 석방 특별조치”
유엔 북대사는 인권 대화 강조 미 “6자회담 재개 되길” 화답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도 그가 여러차례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점에 비춰보면,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케리 장관은 지난 2월26일 미국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잔인한 곳 가운데 하나”라며 “이(북한)는 악(evil)이고, 사악한 곳”이라고 규정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표시해왔다. 특히 지난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국·일본 외교장관 등과 함께 ‘북한 인권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는 등 인권 문제를 부각하며 북한을 압박해왔다. 향후 단기적인 북-미 관계의 향방은 남은 2명의 미국인 억류자들이 어떻게 처리될지에 달려 있다. 파울은 풀려났지만, 북한에는 각각 15년과 6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케네스 배(46)와 매슈 토드 밀러(24) 등 미국인 2명이 여전히 억류돼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유엔에서 대북 인권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 완화를 요구하고 미국은 11월 중간선거 전에 자국민 석방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런 과정이 원만하게 이뤄지면 중간선거 뒤 연내에 미국의 고위급 특사가 북한을 방문해 억류된 나머지 2명도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둘러싼 북-미 간의 물밑 조율이 관계 복원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고 있는 데 비해, 미국은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 및 핵활동 중단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양쪽의 인식 차이가 워낙 커 쉽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김외현 기자, 워싱턴/박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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