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뒤 채택한 교전수칙
정전협정 위반 가능성 지적 나와
정전협정 위반 가능성 지적 나와
군이 지난 10일 경기도 연천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벌어진 ‘대북 전단 총격 사건’에서 ‘3배 대응’ 원칙 아래 북한에 압도적으로 대응했지만, 이런 과잉 대응 매뉴얼이 자칫 확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군이 남쪽 지역에 탄두가 떨어질 가능성을 알고도 전단 풍선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면 분명히 정전협정을 어긴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군이 이에 대응해 북쪽 일반전초(GP·지피)에 몇배의 공격을 가한 행위 역시 정전협정 위반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자료를 보면, 10일 오후 3시55분께부터 북쪽에서 10여발의 총성이 들려왔고, 이에 군은 2시간가량 지난 5시40분께 가장 가까운 북한군 지피를 향해 K-6 기관총 40여발을 쐈다. 4배로 응사한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유엔사와 한미연합사가 규정하는 교전규칙은 동종동량(소총 1발에 소총 1발 식)의 대응만 허용하는 비례대응 원칙을 적용해 확전을 방지하고 있다”며 “북한뿐 아니라 우리 쪽에도 협정 위반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군은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비례성과 충분성’의 원칙을 내세워, ‘북한이 1발의 사격을 가하면 3발 이상으로 대응하되 필요할 경우 사격 지점까지 격파한다’는 자위권을 주장하고 있다. 군은 이 원칙에 입각해 이번 ‘대북 전단 총격사건’에서도 북한 쪽 발사량보다 압도적인 사격을 가했다.
문제는 이런 ‘3배 대응’ 원칙이 화약고처럼 중화기가 밀집해 있는 군사분계선에선 확전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런 원칙이 ‘선조치 후보고’ 사안으로 내규화돼 있다 보니 지휘관들로선 문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재빨리 대응사격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군이 군부대와 인근 마을 일대에서 낙탄(북한군이 쏜 탄알이 남쪽 지역에 떨어짐)이 확인된 것만을 근거로 뒤늦게 자위권을 내세워 북쪽 지피를 타격한 것도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모든 것이 ‘매뉴얼’에 의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매뉴얼을 보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우리 쪽으로 낙탄이 되면 타격 원점으로 보이는 북한 쪽 지피에 사격을 하도록 돼 있다”며 “이번에도 그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군으로선 매뉴얼에 따라 자동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황 관리를 위해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쪽으로 정책적 판단을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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