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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황병서 “이번에 오솔길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 열자”

등록 2014-10-05 20:22수정 2014-10-05 22:17

북 대표단의 12시간 행적

김관진 실장 등과 오찬 만남
“김정은, 박 대통령에 인사 전해”
폐막식 직전 정 총리 면담
폐막식 뒤 “차 한 잔 하고 싶다”
정 총리 다시 만나 대화 나눠
‘분단 이래 최고위급’이란 수식어가 붙는 북한 쪽 최고위급 대표단이 남쪽에 머물렀던 시간은 4일 오전부터 밤까지 12시간가량에 지나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남쪽과의 만남은 5차례 이루어졌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폐막식 뒤 인천을 떠나기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 등 우리 쪽 인사들과 만나 작별인사를 나누며 “소통을 좀더 잘하고,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북쪽 대표단의 인천 방문 소식 공개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통일부는 4일 오전 9시 기자회견에서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최룡해·김양건 비서 등 북쪽 대표단이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방남한다고 밝혔다. 북쪽은 전날인 3일 오전 인천아시안게임 지원을 위해 마련된 상황실을 통해 폐막식 참석 의사를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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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9시52분께 도착한 대표단 11명이 타고 온 비행기도 파격적이었다. 동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글씨가 적혀 있는,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전용기’와 같은 형태였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군복, 최룡해·김양건 비서는 양복 차림이었으며,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이어폰을 착용한 ‘경호원’들을 대동했다.

마중 나온 김남식 통일부 차관 등과 함께 의전용 차량에 탄 대표단은 오전 11시께 인천 송도 국제업무단지의 오크우드호텔에 도착해 류길재 장관 등 통일부 당국자들과 약 20분 동안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엔 미리 준비된 호텔방에 2시간가량 머물렀다. 지난달 16일 선수단 본진과 함께 온 김영훈 체육상(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 미리 와 있던 북쪽 인사들을 만나 경기 성적과 남쪽 상황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오후 1시30분께 호텔을 나선 대표단은 20분 뒤 인천 남동구의 한정식집 영빈관에 도착했고, 미리 와 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만나 식사를 하며 1시간40분 동안 오찬 회담을 했다. 식사에 앞서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쪽은 따로 답사를 하지 않았다.

미리 주문된 1인당 7만5000원의 한정식 차림표에는 모둠회, 홍어삼합, 대하구이 등이 있었다. 식당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북쪽 대표단이) 마지막에 나온 장어요리를 특히 잘 드신 것 같다”고 말했다.

식사 뒤 북쪽 대표단은 아시안게임 선수촌으로 이동해 20분가량 북쪽 선수단을 만나 격려했다. 북쪽 선수들은 오후 4시5분께 폐막식 참석차 버스에 탑승했고, 대표단 면담 사실을 묻는 기자들에게 “잘했다는 격려를 받았다”고 전했다. 대표단은 선수들이 떠난 뒤에도 2시간쯤 선수촌에 머물렀다. 선수촌에 대북 통신선이 설치된 상황실이 있기 때문에 이 시간 동안 회담 내용과 결과를 북쪽 상부에 보고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한 폐막식 참석에 앞서 북쪽 대표단은 정홍원 총리 면담(15분가량), 여야 의원들 면담(10분가량) 등 숨가쁜 일정을 이어갔다. 대표단은 귀빈석에서 김관진 실장, 류길재 장관 등과 나란히 앉아 폐막식을 관람했다. 애국가 연주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표했으며, 북쪽 선수단 입장에는 손을 흔들며 환영했다.

폐막식 뒤 북쪽 대표단이 ‘차 한잔 하고 싶다’고 제안하면서 정홍원 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이 대표단을 다시 만나 환담을 나눴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환대해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했고, 정 총리는 “조금 더 잘해드렸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북쪽 대표단에 통일부 장관 명의의 홍삼 제품을 선물했다. 대표단은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타고 온 비행기에 탑승했으며 밤 10시25분 이륙해 방남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기대를 모았던 대표단의 박근혜 대통령 예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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