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본 북 대표 ‘3인방’
‘노련하게 대표단을 이끌어 가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많은 말과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 간 최룡해 노동당 총비서, 그리고 안팎으로 대화가 많았던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지난 4일 저녁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장에서 북쪽 고위급 방남단을 면담한 여야 대표들은 북쪽 대표단 3인방에 대해 대체적으로 이렇게 평가했다. 이 자리에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와 김학용·김영우·홍일표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은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원혜영·설훈·유기홍·윤관석1임수경 의원이 참석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자리를 같이 했다.
새누리당의 홍일표 의원은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황병서는 분위기가 진중했고, 표정에서도 진정성이 엿보였다”며 “최룡해는 상당히 다변이었다”고 말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황병서는 부드러운 이미지에 노련함이 느껴졌다. 능수능란한 데다 그동안 조직을 담당해온 경륜이 묻어났다. 최룡해는 강인하고 다부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윤관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김양건은 여유가 있고, 황병서는 위엄있게 전체 분위기를 리드하는 인상이었다면, 최룡해는 젊어서 그런지 달변에 활달했다”고 평가했다.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는 이날 면담 자리에서는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주로 대화를 나누다가, 대화 말미에 테이블에 함께 앉아 정치인들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홍 의원이 전한 바에 따르면 면담은 시종 화기애애했다. 김무성 대표가 “잘 오셨다. 체육교류를 통해 남북 교류를 더 확대하자. 우리가 북한측 여자축구팀을 응원했다“고 말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그래서 우리가 이겼나보다“라고 화답했다. 문희상 위원장도 “이번 축구경기를 보니 남남북녀라는 말이 맞다”고 말해 웃음이 일었다. 문 위원장은 “오늘이 10·4 남북공동선언 7주년이 되는 뜻 깊은 날”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던 당시를 회고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체육행사가 이번에 성공적으로 끝난만큼 더 다양한 남북간 문화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 위원장 원혜영 의원이 “이산가족 상봉과 문화교류 등 다양한 남북 교류가 필요하다”고 했고, 유기홍 의원은 “국민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문화교류로서 연내에 남북예술단 교류를 하자”고 제안했다. 최룡해 비서는 “굉장히 좋은 제안”이라고 공감했다.
면담 뒤 국회 국제경기특위 위원장 임수경 의원이 최룡해 비서에게 인사를 건넸고, 최룡해 비서는 “옛날 모습 그대로”라고 반겼다. 임수경 의원은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대협 대표로 참석했다.
한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후 강원도 평창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점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북쪽 방남단이) 생각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대화를 잘하더라. 앞으로 자주 만나기로 했다”며 “체육분야에서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활발한 남북교류를 서로 하자고 얘기를 했다”며 흡족해 했다.
이세영 김수헌 기자 monad@hani.co.kr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둘째)과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왼쪽 셋째)이 4일 오후 2014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이 열린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서로 손을 맞잡은 채 웃으며 이야기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홍원 국무총리, 김 실장, 황 국장, 최룡해 노동당 총비서,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인천/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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