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3대 미스터리? 면담도, 친서도, 사전조율도 없었다

등록 2014-10-04 20:49수정 2014-10-05 11:33

북 최고위급 대표단 내려왔는데 박 대통령과 안 만나
친서도 메시지도 전달 안돼…전격 방문 의도 ‘안갯속’
정홍원 국무총리와 북쪽 최고위급 대표단이 4일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폐회식에서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정홍원 총리,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류길재 통일부장관. 연합뉴스
정홍원 국무총리와 북쪽 최고위급 대표단이 4일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폐회식에서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정홍원 총리,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류길재 통일부장관.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인천을 방문한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등 북쪽 최고위급 대표단이 4일 오후 인천 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쪽 대표단과의 오찬회담을 갖고, 우리 정부의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제안을 수용했다. 북쪽 대표단은 10월 말∼11월 초 우리쪽이 원하는 시기에 회의를 개최하자는 입장을 우리쪽에 전달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남북이 오늘은 참 화기애애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더 아픈 말로 찌를까’ 경쟁하던 풍경과는 흑백처럼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북쪽 최고위급 대표단의 이번 방남은 북쪽 대표단의 이전 방남 사례와 비교하면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황병서 군 총치국장을 비롯해, 최룡해 당 비서(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김양건 대남 담당비서 등 역대 최고의 대표단을 보내면서 박 대통령을 예방하지도 않았고, 친서도 없었다고 우리 정부가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의 설명을 토대로 이번 북쪽 대표단 방남 과정의 미스터리 3가지를 정리해본다.

1. 박 대통령 면담 불발 이유…북쪽 대표단 시간이 없어서?

이번 북쪽 최고위급 대표단이 특사 자격으로 왔다면, 첫번째 임무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다. 특사의 임무가 상대방 최고위급 지도자를 만나 자국 최고지도자의 뜻을 직접 전달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쪽 대표단의 박 대통령 예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북쪽 고위급 대표단을 만나실 용의가 있었으나 북쪽이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와 시간 관계상 청와대 방문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오찬을 겸한 회담에서 청와대 예방 의사가 있으면 준비할 용의가 있다고 북쪽에 말을 꺼냈지만 북쪽은 시간 관계상 어렵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도 “북쪽 대표단 스스로 특사라고 지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 설명이 맞다면, 특사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들로 구성된 북쪽 최고위급 대표단이 특사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북쪽 대표단이 전용기를 타고 왔으므로, 북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되는데도 이들은 굳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결국 북쪽 대표단이 표면적으로 밝힌 것처럼 남쪽을 방문한 1차적인 목적은 “북쪽 아시안게임 출선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는데, 방문단의 위상과 규모에 비춰보면 여러모로 납득하기가 어려운 구석이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남쪽을 방문한 북쪽 조문 사절단의 행보와도 대조가 된다. 당시 사절단은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주축으로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실장 등이 남쪽을 방문했다. 이들은 “남북관계 개선의 임무를 부여받은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왔다”고 강조하며 국회를 방문하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예방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애초 예정된 체류 일정을 늘리기까지 했다.

또 2007년 9월에도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극비리에 서울을 방문해 한 달 뒤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의제를 합의한 데 이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번과 너무 달랐던 셈이다.

2. 친서도, 정상회담 언급도 없었다?

대체로 국가관계에서 특사들은 상대방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만나기 위해 자국 최고지도자의 구두친서든, 문서화된 친서든, 친서를 휴대한다. 또한 친서에는 관계 개선이나 관계 강화를 위한 최고지도자의 의지를 담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남북관계에서도 특사의 역할은 똑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방남한 북쪽 조문 사절단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구두친서를 갖고 있었으며, 김기남 비서가 적어 온 내용을 직접 이명박 전 대통령 앞에서 적어 온 내용을 그대로 읽었다. 친서에는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었으며, 간접적으로나마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하는 가운데 이뤄진 사절단 파견으로 그해 가을 양쪽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물밑접촉을 벌이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북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영빈관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측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영빈관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측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북쪽 최고위급 대표단이 공식적인 특사 임무를 부여받고 온 것이 아니라면, 친서를 휴대하지 않았거나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북쪽이 최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결단’을 내린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특별한 임무 없이 ‘빈손’으로 왔을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다만,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은 워낙 민감한 상황이어서 양쪽이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을 수는 있다. 또한, 남북관계가 냉각된 상태에서 북쪽도 섣불리 친서를 가져오거나 정상회담 얘기를 꺼내기보다는 일종의 탐색전 차원에서 남쪽을 방문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정말 사전 조율 없었나?

이번처럼 북쪽 최고위급의 초호화 멤버들이 남쪽에 내려오려면 사전 조율할 게 적지 않다. 의전과 의제들을 미리 조율하지 않으면 어렵게 성사된 방문이 성과 없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비밀 접촉’ 등을 통해 미리 고위급 방문 준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전 조율이 별로 감지되지 않았다. 정부 핵심 소식통도 “사전 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개 사전 조율 여부를 알 수 있는 ‘안테나’는 자료 및 의전을 지원하는 통일부에서 잡힌다. 통일부에 웬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통일부 직원들이 입을 꾹 닫은 채 기자들 눈을 피해가며 부지런히 복도를 오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 전일 3일 오후까지도 통일부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한 편이었다고 한다. 이런 근거로 미뤄 사전 조율이 없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극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사안은 국정원에서 직접 나서 조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 조율이 없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