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과 관계 껄끄럽자
러시아와 급속 밀착
리수용 외무상 10박11일 방러
러 외무 “여건성숙에 달려” 운띄워
러시아와 급속 밀착
리수용 외무상 10박11일 방러
러 외무 “여건성숙에 달려” 운띄워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지난달 30일부터 10박11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중인 가운데,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대미·대중·대남 관계 경색 상황에서 외교적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일 리 외무상과 회담 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러시아 방문 등 양국간 고위급 회담에 대한 합의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은 양쪽이 여러 문제에서 어떤 진전을 이룰지, 특정 수준의 접촉을 위한 여건이 어떻게 성숙될지에 달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상황에 따라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리 외무상을 만나 오찬을 겸해 약 2시간30분 동안 회담했다.
양쪽은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 문제와 관련한 양국의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을 비롯한 모든 6자회담 참가국이 한반도 지역에서 과격한 행보를 자제하고 대결적 경향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북한뿐 아니라 당사국 모두에 자제를 촉구하는 방식으로, 대북 압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한·미 등에도 대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제1비서의 첫 정상회담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은 이미 여러차례 제기된 바 있다. 북-중 고위급 교류가 사실상 단정되는 등 양국 상층부에 냉기류가 흐르는 상황에서 외교 다변화를 추구하는 북한에게 러시아는 현실과 명분에서 모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말 부임한 김형준 주러시아 북한 대사는 1일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역사적으로 우호의 전통을 가치 있게 평가하며, 이를 토대로 향후 발전을 추구한다. 2014년 안으로 북-러 협력 발전을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북-러 간에는 경제·문화·학술 등 전방위적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북한 채무의 90%를 탕감해주기로 최종 결정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북한과 러시아가 합작으로 건설한 함경북도 나진항 3호 부두 준공식이 열렸으며, 러시아는 지난달 유엔 세계식량계획의 대북사업에 300만달러(약 30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북한 사회과학원과 러시아 인문과학기금이 공동 연구기관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현지보도도 나왔다.
리수용 외무상은 모스크바 일정을 마친 뒤 극동지역으로 이동해 아무르·사할린·하바롭스크·연해주 등의 현지 지방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을 만난 뒤, 10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비행기편으로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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