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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억류자 석방’ 고리로 북-미 대화의 문 열리나

등록 2014-09-10 22:01수정 2014-09-11 00:12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9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9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한-미 6자수석대표, 워싱턴 회동
북에 “이산상봉·미국인 석방” 촉구

북핵문제 담당인 사일러 특사도
“억류자 문제가 북-미관계 걸림돌”

김관진 조만간 방미, 외교·안보 논의
한반도 정세 가늠하는 시험대 될듯
미국이 북한에 억류중인 자국민의 석방이라는 ‘인도주의’ 문제를 고리로 대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북-미 관계가 납치자 문제라는 인도주의 의제로 대화의 물꼬를 튼 북-일 교섭의 길을 따라갈지, 아니면 기싸움만 하다 주저앉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케네스 배, 매슈 토드 밀러,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등 자국인 3명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간의 9일(현지시각) 워싱턴 만남도 억류자 석방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쪽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글린 데이비스 미국 쪽 6자회담 수석대표와 회담을 한 뒤, 기자들에게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 내 미국인 억류자 석방 등 인도적 문제에 북한이 전향적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구체적 사안을 특정해 북한 쪽에 조처를 촉구한 것은 북한 태도에 따라 관계 개선에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과 미국인 억류자 석방을 ‘인도주의’ 사안으로 한데 묶은 것은, 한국 정부가 억류자 석방을 위한 미국의 독자적인 외교적 노력을 묵인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시드니 사일러 신임 6자회담 특사도 지난 4일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북한 억류자 문제가 북-미 관계의 걸림돌”이라며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을 통한 영사적 접촉은 물론 (대북 외교교섭 창구인) ‘뉴욕 채널’을 통해 외교적 노력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관련 업무를 맡은 사일러 특사가 인도주의 사안인 억류자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핵과 인도주의 문제를 분리 대응한다는 미국의 전통적 대북 기조에서 벗어나, 두 문제를 연계시키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 억류자들에 대한 국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최근 중동에서 실종됐던 미국인 기자 2명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의해 2주 간격으로 무참히 살해된 뒤, 미국 사회는 추가적인 자국민 희생에 대한 우려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목전에 둔 버락 오바마 정부 입장에서는 외교 정책에 대한 비등하는 불신 여론을 달래야 할 입장이다.

한국 정부도 군불 때기로 미국을 측면지원하는 모양새다. 북-미 관계가 풀려야 남북관계의 공간이 좀더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높은 관심을 보일수록, 북한으로서는 억류자들을 석방할 만한 적절한 시기가 온 것일 수 있다”며 “만약 풀어주면 미국 내에선 ‘이슬람국가’ 살해 사건과 비교하는 여론이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북한은 오히려 ‘이슬람국가’ 등과는 달리 인권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한 북-미 관계에 벌써부터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북-미 간 계산이 너무 다르다. 북한은 억류자 석방을 대가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 등을 요구할 것이 명백하지만,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완고한 입장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인도적 문제로 미국 태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확신이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진전이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하고 협상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지난 6일부터 독일, 벨기에 등 유럽 4개국을 순방중인 것도 북한의 대외관계 다변화 전략이지만,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에 집중했던 그간의 외교 노선을 벗어나기 위한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북쪽은 대내외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지난달 11일 남쪽의 제2차 고위급 접촉 제안에 대해선 공식적 답변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처한 녹록지 않은 국제 정세도 북-미 접근을 현실적으로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오바마 정부가 이라크전에 다시 발을 들여놓고 대테러전 논리가 부활되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했던 과거 부시 정부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오는 14일께로 예상되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미국 방문도 한반도 하반기 정세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 김 실장은 17일까지 워싱턴에 머물면서 미국 쪽 카운터파트인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분야 고위 관리 및 전문가들을 연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북핵 문제와 중국 및 일본과의 관계, 한-미 동맹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쪽으로 한-미 간 의견이 모아질 경우, 북한과 중국의 거센 반발로 미-중, 한-중, 남북, 북-미 등 동북아 정세가 전반적으로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11일 서울에선 한-중-일 외교당국 차관보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고위급회의(SOM)가 열려, 3국간 갈등 해소를 위한 우회적인 탐색전에 시동을 걸게 된다. 2007년 이후 해마다 개최된 한-중-일 고위급회의는 3국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회담 성격을 띠고 있다. 다만, 최근 지속되고 있는 일본 우경화에 대한 한·중의 반발 등 역사 및 영유권 갈등 탓에 3국 정상회담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국간 만남 자체가 의미 있는 외교적 행위인 셈이다.

김외현 석진환 기자, 워싱턴 도쿄/박현 길윤형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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