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전 훈련 중 하사 2명이 숨진 충북 증평군에 있는 제13공수 특전여단 예하 부대. 부대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증평=연합뉴스)
무릎 꿇고 팔 뒤로 결박 당한 채 머리에 주머니 씌워
예방 대책 소홀 의혹…‘안전 불감증’ 또다시 도마에
예방 대책 소홀 의혹…‘안전 불감증’ 또다시 도마에
지난 2일 밤 포로체험 훈련을 하던 특전사 소속 신참 하사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군의 ‘안전 불감증’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3일 육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일 오후 10시40분께 충북 증평군에 있는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에서 포로로 잡혔을 때를 가정해 이에 대응하는 훈련을 하던 부대원 이아무개(23) 하사와 조아무개(21) 하사가 숨졌다. 두 부대원의 시신은 청주의 한 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가 유족들의 동의를 받아 국군 대전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당한 전아무개(23) 하사는 청주의 한 민간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병원 쪽은 사인을 질식사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숨지거나 부상당한 하사들은 모두 2~3년 경력의 신참으로, 부대 내 모의훈련장에서 지난 1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포로체험 예비 훈련을 받던 중이었다. 15일부터 시작되는 본훈련을 앞두고 사전 예행연습 차원이라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훈련은 포로로 잡힌 상황에서 무릎을 꿇고 팔을 뒤로 결박당한 채 머리에 방수처리가 된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주머니를 씌우고 1시간가량 버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훈련은 10명이 받고 있었으며, 나머지 10명은 대기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장소는 복도 하나에 방이 9개 있는 건물로, 8개방에 1명씩, 나머지 한개방에는 2명이 들어가 훈련을 받고 있었다. 통제요원은 모두 4명이었으며, 2명은 복도에서 상황을 점검하고 2명은 통제실에 있었다. 현장 통제요원은 복도를 오가며 방 내부를 살펴보는 형식이어서, 실제로 훈련 참가자들의 신체상태를 정밀하게 들여다 보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으로 보인다. 육군 관계자는 “부상당한 하사가 소리를 질러서 가보니 의식이 혼미한 상태였다고 한다”며 “다른 사람도 그럴 수 있겠다고 판단해 점검하다가 2명이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해 119로 후송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외국의 부대에서도 종종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포로 체험 훈련의 강도가 매우 높고 위험하다는 데 있다. 게다가 군은 올해 처음 미군으로부터 이 훈련을 도입했다. 따라서 안전사고에 대비해 현장통제를 철저히 해야 했음에도 군이 예방대책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숨지거나 부상당한 3명의 부대원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 직전에 이상 징후를 보였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이를 감지하지 못한 군의 사전 훈련 준비 부족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복도 길이가 30m가량이나 되는데도 두명의 통제요원만 둔 것은 안전불감증 아니냐는 것이다. 독방에 있는 훈련자들에 대한 상황 점검은 조그마한 방문에 난 조그만 창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데다, 훈련자들이 생명에 위기 위식을 느꼈을 때 방을 뛰쳐나오는 등의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수단들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또한 고강도 훈련인 점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강도를 높였어야 함에도 이런 안전수칙이 있는지, 안전수칙이 있더라도 제대로 지켰는지도 의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군은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 잠정적으로 훈련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허영일 새정치연합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새로운 훈련 방법을 도입하면서 철저한 안전대책도 없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안전대책 부재 때문에 신참 특수부대원들의 꽃 같은 생명이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지휘계통의 엄중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허 부대변인은 이어 “국방부는 사고발생 경위에 대해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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