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외무상 방미와 맞물려 ‘외교 다변화’ 포석
북한의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강석주(75)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이번주부터 유럽 순방에 나선다. 북한이 외교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활로 개척을 꾀하는 모양새다.
2일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강석주 비서는 이번주 후반부터 약 열흘간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강 비서는 정부 인사가 아닌 탓에 순방 일정은 각국 정당 교류나 의회 교류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유럽의회를 포함해 각국 의회 인사들을 중심으로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간 교류라기보다는 트랙2(민간) 차원의 교류”라고 말했다. 강 비서의 스위스 방문 시기(11∼13일)에 일본 총리실 산하 납치문제담당상도 납북 일본인 문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10일) 참석차 제네바에 머물 것으로 알려져 북-일간 고위급 접촉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강 비서의 유럽 순방은 지난 5월 시작한 북-일 교섭이나 리수용 외무상의 지난 4월 중동·아프리카 순방과 8월 동남아 순방, 그리고 이달 말 미국 방문 등과 맞물려 ‘외교 다변화’의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은 미국·중국·한국을 제외하고 접근 가능한 나라들에 우선 손을 뻗어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며 “강 비서의 순방이 당대당 교류 형태라고는 해도, 경제협력이나 외자 유치 문제 등도 논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강 비서의 유럽 순방은 두 가지 점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우선, 강 비서가 오랜만에 직접 유럽을 순방하며 외교 전면에 나섰다는 점이다. 그는 과거 유럽을 무대로 북-미 비공개 접촉을 주도해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장본인이지만, 2000년 이후엔 유럽을 방문한 일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비서의 직함을 지닌 채 대유럽 외교에 나선 것도 눈에 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당 비서 같은 고위직 인사가 유럽 방문에 나선 것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면서, 국제 무대에서 북한도 하나의 정상국가라는 점을 알리려는 공세적인 외교 활동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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