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명의 DJ 5주기 추모화환
김양건 개성공단 찾아 전달
“대화하자며 한미훈련” 불만
“대화하자며 한미훈련” 불만
북한이 17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 명의로 추모의 뜻을 담은 꽃과 글을 보내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의 뜻을 밝혔다.
추모 화환과 추모사를 받기 위해 방북한 김대중평화센터(이사장 이희호)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개성공단을 방문해, 북쪽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회의실에서 북쪽 대표들을 만났다. 북쪽은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인 김양건 조선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과 맹경일 부위원장이, 김대중평화센터 쪽에서는 부이사장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고문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북쪽이 가져온 꽃(사진)엔 한쪽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다른 쪽에 “김정은”이라고 적힌 리본이 달려 있었다. 8월14일치로 작성된 추모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족 화해와 단합, 나아가 통일을 위한 노력과 공적을 잊지 않을 것이며, 그가 남긴 업적은 후세에 길이 기억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었다고 박지원 의원이 전했다.
이날 만남에서 북쪽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남쪽 관계자들이 정부의 ‘고위급 접촉 제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설명하자, 김양건 비서는 “호상(상호)간에 양측이 노력해야 하는데, … 남쪽에서 하는 소리가 반가운 소리가 없다”고 말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이어 김 비서는 “8·15 경축사에서도 핵 문제를 거론하며 어떠한 것을 하자고 하면, 그 내용이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을 한다”며 “(한-미) 군사훈련도 왜 하필이면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하는가. (그러면서) 우리가 하는 실탄연습에 대해 떠들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 비서는 생전 김정일 위원장의 이희호 이사장 초청에 대해 “아직도 유효하다”며 대화 가능성의 여지를 남겼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북한의 대남 업무를 총괄하고 있지만, 실제로 남쪽 관계자들을 만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 부장은 김기남 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과 함께 조문단으로 남쪽을 방문한 바 있다. 북쪽이 남쪽 지도자의 추모 시기에 조화·조의문을 보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5년, 10년 등 숫자가 ‘꺾어지는’ 해에 의미를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동취재단,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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