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 둘째)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간담회에서 군 집단폭행 사망 사건에 대한 보고를 하던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수사기록 공개 사흘만에야
“구타금지 관련 일반명령 하달”
관심병사 관리개선 보고도 ‘아직’
“구타금지 관련 일반명령 하달”
관심병사 관리개선 보고도 ‘아직’
육군 28사단 집단구타 사망 사건의 전말이 지난달 31일 인권단체의 군 수사기록 ‘폭로’로 공개되자, 군 당국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뒷북 대응’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군인권센터의 수사기록 공개 사흘 만인 3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긴급최고위원회 간담회에서 “윤 일병을 부모님께 건강하게 돌려보내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군 병영이 장병 개개인의 인격이 보장되고 인권이 존중되는 인권의 모범지대가 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앞서 2일 군 수뇌부 회의에서 “이번 사건의 가해자, 방조자, 관계자를 일벌백계하고 병영문화를 쇄신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장단기 대응책으로 △병영 내 구타 및 가혹행위 등 부조리에 대한 전수조사 △관심병사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검토 △사병 전역자도 참여하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운영 △병사 고충 신고 및 처리 시스템 개선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을 뿐더러 새롭지도 않은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병영 내 구타행위의 역사만큼이나 ‘구타 금지’의 역사도 오래됐지만 군내 인권침해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9일 육군이 전 부대에 내린 ‘구타·가혹행위·언어폭력 발본색원 명령’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구타 금지 관련 일반명령이 하달된 것은 32년 만의 일”이라고 밝혔다. 구타 및 가혹행위가 30년 이상 금지됐음에도 여태껏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 육군에선 지난 4월 한달 동안만 3900여건의 가혹행위 관련 사건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좀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두번째로, 관심병사 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은 지난 6월 22사단에서 발생한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때부터 제기됐지만 아직 어떤 식으로도 개선됐다는 보고가 나온 적이 없다. 이번에도 군은 22사단 총기난사 사건 때와 똑같이 ‘보호관심병사제도 개선’을 반복해서 내놓았다. 임 병장 사건이 아니어도 관심병사제도는 선정 과정에서 지휘관의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데다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도리어 관심병사 여부가 부대 안에 쉽게 알려져 ‘낙인만 있고 효과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세번째로, 병영문화를 혁신하겠다는 약속은 군에서 ‘인권 사고’가 터질 때마다 들고나온 ‘전가의 보도’였지만 군은 늘 사회적 인식이나 수준보다 뒤떨어졌다. 군 관계자는 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병영문화 개선은 1980년대 때부터 추진했고,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라면서도 “군대는 병사들이 항상 머무는 곳이 아니라 일정한 인원이 계속 순환되는 곳이라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사회와 더불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군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구타와 가혹행위가 주로 문제가 된 과거와 달리 2000년대 이후로는 폭언과 욕설, 따돌림과 성희롱 등의 사건이 불거졌지만 군은 사회 전반의 인권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했다. 군 간부들의 인식 지체 현상을 먼저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군 당국은 한민구 장관 취임(6월30일)을 전후로 22사단의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6월21일), 3사단·22사단 관심병사 자살 사건(7월27일), 28사단 집단구타 사망 사건 폭로(7월31일) 등이 이어지면서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군 관계자는 “새로 온 장관이 이를 계기로 병영문화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