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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아시안게임 실무접촉 결렬은 남북 ‘속셈’ 다른 탓

등록 2014-07-18 19:21수정 2014-07-23 14:04

북, 호의적 여론조성 활용의지
‘5·24조치’ 무력화시키려는 포석
남, 체제선전 휘말릴 우려 제기
기싸움 차원 북쪽 제안에 ‘까칠’
지난 17일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관련 남북 실무접촉이 결렬된 데는 남북의 서로 다른 ‘셈법’이 자리잡고 있다. 북쪽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남북관계 회복에 가속도를 내고 싶어하는 반면, 남쪽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쪽이 이른 시일 안에 접점을 찾지 못하면 아시안게임 선수단 명단 제출 시한인 8월15일을 맞추기가 상당히 빠듯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게임을 대하는 북쪽의 전략은 이미 예고된 바 있다. 북쪽은 지난 7일 ‘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북남관계 개선과 민족단합의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을 꽉 막힌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북쪽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역대 최대 응원단 규모인 350명을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응원단과 선수단을 합친 700명도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과거 북쪽 응원단이 올 때마다 남쪽 여론의 관심을 모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쪽이 선수단과 응원단의 이동 방식을 제안하면서 하늘길·바닷길·땅길을 모두 활용하겠다고 밝힌 점도 남북 교류와 화해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쪽은 실무접촉에서 선수단 350명은 서해 직항로를 통한 항공편으로 이동하고, 응원단 350명은 경의선 육로로 입경하겠다고 밝혀왔다. 또 만경봉-92호를 인천항에 정박시켜 응원단 숙소로 쓸 계획이라고 북쪽은 밝혔다. ‘서해 직항로’는 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회담 때 처음 서울~평양 간에 개설된 항로로, 남북 화해의 의미가 적지 않다. 경기 파주에 있는 경의선 남북 출입사무소를 통과하는 육로 이동도 분단을 넘어선다는 상징성이 있다.

특히 육·해·공을 모두 동원한 북쪽의 대표단 이동 방식은 원칙적으로 인적·물적 교류를 금지한 ‘5·24 조치’를 일시적으로 무력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이를 염두에 두고 제안을 했을 수 있다. 실제 북쪽의 제안이 성사되면 원산에 정박한 만경봉-92호는 5·24 조치 이후 통항이 금지된 제주해협을 통과해 들어오게 된다. 북쪽 여객기가 남쪽에 들어오는 것이나 경의선 남북 출입사무소를 통과하는 북쪽의 대규모 인적 이동도 처음이다.

이에 비해 남쪽은 이동 경로에 대해선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응원단 규모와 체류비용 문제에 대해선 까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회담을 앞두고 관계부처들이 모여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속도 조절을 통한 주도권 확보와 기싸움 차원에서라도 북쪽의 제안을 그대로 회담장에서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역대 최대인 북쪽 응원단 규모에 대해서도 ‘북쪽의 체제 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회담 관계자들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쪽의 이런 전략에서 보면, 17일 남북 접촉 과정에서 보여준 남쪽 대표단의 석연치 않은 태도들에 대한 의문이 다소 풀릴 수 있다. 남쪽이 오후 회의를 2시간 이상이나 지연시킨 점은 논외로 하더라도, 남쪽이 회의에 임하는 기조는 오전과 오후가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북쪽의 제안을 듣는 오전 회의 때는 조용히 있다가 남쪽의 입장을 표명하는 오후 회의에서 선수단과 응원단의 구성 문제를 놓고 북쪽에 꼬치꼬치 캐물은 것이다. 회담 관계자도 “북쪽 입장에서 오전과 오후 회담 진행 방식에 변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 같다”며 회담 방식이 바뀌었음을 일정 정도 시인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은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아보려는 것과 동시에 공세적인 정권 선전을 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정치적·대결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외현 이용인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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