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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우여곡절 속 ‘꿋꿋 10년’…통일과정 효자노릇 할 것”

등록 2014-06-29 20:57수정 2014-06-29 22:13

개성공단 10돌 회고와 전망
꼭 10년 전인 2004년 6월30일,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60㎞ 떨어진 개성공단에 시범단지가 준공됐다. 시범단지 안의 논밭을 다지고 북한군의 포와 참호 등 군사시설을 제거하며 부지 조성 작업을 마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그해 12월에 첫 제품인 ‘통일냄비’가 생산됐다.

여러 해동안 개성공단의 뿌리를 내리게 한 산파 두 명을 만났다. 김동근(68) 초대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위원장(2004~2007년)과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단 전무와 고문을 거쳐 현대아산 사장(2005~2008년)을 역임하며 개성공단 사업을 민간 쪽에서 지휘해온 윤만준(69) 전 사장이다. 윤 전 사장은 “개성공단이 10년동안 예상보다 성장하지 못해 안타깝다”면서도 “통일과정에서 꼭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시설 뒤로 물리는 결정 북한으로선 어려운 선택
처음에는 서로 설마했는데 터닦기·공장 입주하면서 안도
남-자본·기술력, 북-노동력 찰떡궁합 ‘유일한 남북협력’
좁은 땅에서 옥신각신해서야…정치·군사문제와 분리 바람직

사회 두분은 개성공단 산파 역할을 했는데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

윤만준 전 현대아산 사장(이하 윤) 현대에서 일하면서 1998년에 첫 아이 ‘금강산 관광’을 낳았다. 개성공단은 둘째 아이다. 난산 끝에 낳았고 걱정될 정도로 허약했다. 그런데 오히려 생명력이 강하다. 나중에 통일 과정에서 꼭 효자노릇을 할 것이다.

김동근 초대 개성공단 관리위원장(이하 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당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었는데, 개성공단 관리위원장을 맡으라고 해서 두차례나 고사했다. 무척 고생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나를 개성공단 초대 관리위원장으로만 기억한다.

윤만준 전 현대아산 사장
윤만준 전 현대아산 사장

사회 어떻게 공단이 개성에 만들어지게 됐나?

당시 현대는 북한에 해주를 특구로 요구했다. 북한은 신의주가 좋다고 했다. 그러나 신의주는 너무 멀고, 바다 깊이가 낮아 물류에 적절하지 않았다. 직접 가서 둘러보니 지대가 낮아 침수도 잦을 것 같았다. 그런데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초 중국에 다녀온 뒤 갑자기 태도가 바뀌어 개성에 짓자고 했다. 두말없이 받아들였다. 언감생심이었다.

북한 입장에서 개성은 최전방이다. 군사시설을 뒤로 물리고 공단을 만든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다. 토목공사 할 때 벙커와 포대를 수없이 철거했다. ‘아 여기가 정말 군사밀집지역이었구나’ 실감했다.

사회 2004년 처음 시범단지를 열었을 때 아무 생활 편의시설도 없는 황무지였는데 초기 생활은 어떠했나?

당시 관리위원회 개소식 할 때 전기가 없어 발전기를 돌리고 물은 지하수를 파서 먹었다. 숙소도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임시숙소였다. 매일 똑같은 사람과 같이 밥먹고 일하고 잤다. 하루종일 얼굴 맞대고 있어야 하니까 상당히 갑갑했다. 저녁에 나가보면 직원들이 고향 생각하면서 남쪽 하늘을 보고 있었다, 마치 실향민처럼.

우리 회사엔 중동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많았다. 이 사람들이 개성공단을 중동보다 더 힘들어 했다. 행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퇴근 후에 건물 밖에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 전화 회선도 10개 미만이었고, 개성-평양-일본-부산을 거쳐 가는 통에 요금이 워낙 비쌌다. 미혼 직원들은 애인과 전화하다보면 한달에 전화요금만 40만~50만원씩 나왔다.

김동근 공단관리위 초대 위원장
김동근 공단관리위 초대 위원장

사회 북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문화적 충돌은 없었나.

북쪽 사람들의 표현 방식이 우리와 다르다. 자존심이 세고 쑥스러움도 타서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곧바로 얘기하지 않는다. 언행을 보고 속 뜻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지난해에도 양쪽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공단 폐쇄까지 간 것 아닌가 싶다.

김 북한 관계자를 만나 우리 개발계획을 설명하는데, 저쪽에서는 제대로 될까 걱정을 많이 하더라. 북쪽이 신의주도 해봤고 나진·선봉도 특구로 개발했는데 잘 안됐지 않냐. 그런데 토목공사가 착착 되고 기업 들어오고 공장 돌아가니까 약간 안도를 하더라. 공단 운영을 기업 입장에서 해야 공단의 경쟁력이 생기는데, 북쪽은 우리랑 다르지 않냐. 이런 점을 이해시키기는게 좀 힘들었다.

사회 자주 언급되는 얘기이지만, 개성공단의 장점이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남쪽의 자본과 기술, 북쪽의 노동력이 결합되는 것이다. 가장 궁합이 맞다. 북한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제공하고, 기업 경영을 배울 수 있다. 남쪽 입장에서는 말이 통하고 솜씨가 좋은 훌륭한 노동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 개성공단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버티는 것을 보면, 우리도 곧 통일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주변 강국인 중국·일본·러시아가 자국 중심의 민족주의적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지금 남북이 좁은 한반도 안에서 옥신각신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분단 상황에서 남북이 협력하는 유일한 사업이다. 평화적 상징성이 굉장히 크다.

사회 개성공단과 관련해 현 정부에 건의할 것은?

지금 개성공단 국제화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런 말 하기가 창피하다. 남쪽 기업도 남북관계 때문에 개성에 가는 것을 주저하는데, 외국 기업에 들어가라고 요구할 수 있겠나. ‘5.24조치’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단계적으로 풀어야 개성공단 국제화를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동서독 통일 과정을 보면 서독은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있게 통일 정책이 추진된다. 우리도 언제 할지 모르지만 지속성 있게 남북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개성공단은 남북이 협력하면 북한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성공단을 정치·군사적 문제와 연계시키지 말고 분리해 대응하길 바란다.

이용인 최현준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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