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취약성 극복하려면…
개성공단은 2004년 6월 시범단지 준공식 이후 10년 동안 숱한 우여곡절 속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다섯달 동안의 공단 중단 사태는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악화에 여전히 취약한 구조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민간 주도’와 ‘정경 분리’를 제시했다.
우선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악화된다 해도 지난해처럼 개성공단이 ‘볼모’가 되는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지난해 중단 사태가 남북 모두에 ‘약’이 됐다는 것이다. 조봉현 아이비케이(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폐쇄로 우리 기업도 타격이 컸고, 북한도 꽤 큰 피해를 봤다. 섣불리 재발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번 불에 덴 뒤엔 다시 불에 가까이 가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올해 초 <인물과 사상> 인터뷰에서 “두 가지 이득을 얻었다”며 “한반도 긴장 국면에서 (개성공단의) 존재감이 드러나게 된 것과 결과적으로 ‘그런 상황에서도 불사조같이 살아나네’ 하는 희망이 생긴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남북의 불확실한 정치적 관계에 경협이 희생될 수 있는 구조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제대로 발전했다면 개성공단은 시간이 갈수록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관의 역할이 너무 커져 민관 합동이란 말도 무색할 정도”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처음엔 현대아산 주도의 민간사업이었지만, 현대아산의 투자력 약화와 미국의 부정적 인식 등으로 민관 합동 구조로 출발했다.
조봉현 위원도 “공단 자체는 기업 논리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서, 경제 부처에서의 지원을 통해 유지·발전을 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정치적 논리와 정세에 민감해지므로, 기업 운영의 논리를 앞세워 방어막을 치자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둘러싼 남북의 다양한 망(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안정성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치욱 울산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지난 4월 발표한 논문에서 △3통(통행·통신·통관)의 완화를 통한 남북간 망 △공단 노동력 및 원부자재·식자재 조달처 확대를 통한 북한 내 망 △공단 국제화를 통한 대외 망 등의 확충 및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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