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귄터 힐퍼트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 부국장
힐페르트 독 국제안보문제연 부국장
독일식 통일 한반도 적용은 힘들어
정권 바뀌어도 북관계 연속성 유지
독일식 통일 한반도 적용은 힘들어
정권 바뀌어도 북관계 연속성 유지
“감정을 절제하고 비즈니스 마인드로 대화에 임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상대를 비방하거나 악마로 만들려는 시도는 양보를 얻어낼 수 없다.”
북한의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빨리 없어져야 할 나라”라는 식의 남쪽 당국자의 ‘저주’ 등 최근 감정 대결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 한스 귄터 힐퍼트(사진)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 부국장이 내놓은 따끔한 충고다.
유럽의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인 힐퍼트 부국장은 9일 외교부와 동아시아연구원이 공동으로 연 국제 세미나에서 ‘신뢰정책-독일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체제가 다르다는 점을 상호 인정함으로써 신념에 기반을 둔 ‘종교전쟁’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모욕이나 전술적인 패배, 선정적 보도, 부정한 속임수 등에 맞설 수 있도록 때로는 ‘의식적인 둔감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통일) 경험은 (한국에) 교훈보다는 영감을 제공한다. 한반도 상황은 독일과의 유사점보다 차이점이 더 중요하다”며 독일식 통일이 한반도에 적용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를테면 한-미 양자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서독은 통일 당시 유럽연합(EU) 등을 추진하면서 높은 수준의 지역 통합을 주도했다. 동독도 바르샤바조약기구 가입를 비롯해 국제정치에 관여하고 있어 북한과 달리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등 조건이 상이했다는 것이다.
힐퍼트 부국장은 한반도 통일 추진의 난관으로 ‘북한의 체제 보장 요구 및 남북보다 북미 협상을 우선시하는 태도’ ‘한국의 준비 부족 및 국가보안법 등 법률적 제약’ ‘남북의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 ‘국제사회의 북핵 문제에 대한 의구심’ 등을 들었다.
그는 “한국의 정권이 바뀌어도 북한과의 관계는 연속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과거 정권에서 이뤄진 합의들은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