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63) 성공회대 교수
한겨레 새 연재 ‘북-중교류 60년’ 필자 김명호 교수
중국 오가며 근현대사 공부 40년
북-중 외교사 뒷이야기까지 능통
“북한, 중국 홍색정권 기여해 당당
마오쩌둥, 행로 닮은 김일성 우대”
내일부터 매주 화요일 격주간 게재
중국 오가며 근현대사 공부 40년
북-중 외교사 뒷이야기까지 능통
“북한, 중국 홍색정권 기여해 당당
마오쩌둥, 행로 닮은 김일성 우대”
내일부터 매주 화요일 격주간 게재
“남녀가 헤어졌다 다시 만나면 그사이 뭘 했는지 서로 모르는 게 좋아요. 하지만 남북관계는 다릅니다. 통일 이후 원만히 결합하려면 서로의 과거사를 알아야죠. 특히 북한과 가장 밀접한 중국 사이에서 분단 시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각 분야 인맥들은 어떻게 얽혀왔는지 이해하는 것은 통일 이후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7일부터 <한겨레> 화요일치에 격주간으로 ‘김명호의 북-중 교류 60년’을 연재할 김명호(63·사진) 성공회대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 연말 서울 구로구 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핵위기로 최근 부각된 북한-중국 관계는 서로에겐 ‘비밀무기’와 같다”고 했다. 나름 복잡한 갈등, 이견이 잠복했지만, 오랫동안 서로를 필요로 해온 신뢰관계라는 의미였다. 최근 장성택 처형 등을 놓고 난무하는 북-중 관계 파탄설 등과는 결이 다른 분석으로 비쳤다.
국내 학계에서 중국 근현대에 밝은 주요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마오쩌둥·류사오치 등 과거 중국 지도자들과 김일성·최용건 등 북한 지도자들이 함께한 미공개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북-중 관계의 뒷이야기들을 쏟아냈다. 1950~60년대 북한 친선공연단 무대에 심취했던 마오의 관람 기록부터 김일성이 중국의 최고 권부인 베이징 중난하이의 지리를 환히 꿰고 있었다는 일화와 북-중 인사들이 오간 ‘동교민항’ 같은 베이징 근대가로의 역사, 중국 최고라는 광저우의 이발기술까지 막힘이 없었다.
72년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의 방중 소식을 듣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래 그는 40년 넘게 근현대 중국의 역사와 인물, 문화 등을 놀이하듯 탐색해왔다. 80~90년대 홍콩, 베이징, 타이베이 등을 거의 주말마다 오가며 방대한 분량의 현지 중국학 관련 서적과 잡지, 근현대 사진들을 섭렵하고, 현지 지식인들과도 인연을 쌓았다.
“북-중 관계는 1930년대 일제가 중국 동북지방인 만주를 침략한 것을 계기로 양국 지도자들이 항일투쟁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개인적 인연과 신뢰를 쌓으며 형성됐습니다. 중국공산당이 일제가 점령한 만주에 대거 활동가들을 파견해 김일성 등 북한 창건 주역들과 동북항일연군을 형성하며 연대가 시작된 겁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30년대 항일연군 시기부터 2000년대 이후 천안한 폭침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간대를 배경으로 펼쳐진 양국 지도자들 간의 친분과 교류 과정에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김 교수는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덕분에 북-중이 혈맹이 됐다고 보는 건 단순한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은 49년 중국공산당의 홍색정권 수립에 기여했다는 역사적 지분이 있다고 자부하며 시종 당당한 자세를 견지해왔고, 중국도 이를 존중해온 것으로 본다는 시각이다. 1946년 이후 중국 국공내전 당시 조선인 전사들이 참전했고, 김일성이 한반도 북부에 버려둔 일본군 무기들을 만주의 중국공산당 동북야전군 세력에게 지원해준 것 등이 이런 ‘지분’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마오쩌둥이 한국전쟁 참전을 결정할 당시 ‘중국 오성홍기의 붉은색에는 조선 혁명가들의 선혈이 배어 있다”고 말했지요. 참전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기억도 여전히 북한에 대한 친밀감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마오는 인생 행로가 비슷한 김일성을 어떤 외국 원수보다 우대했고, 김일성은 생전 40차례 이상 마실 가듯 방중했지요.”
그는 “야사가 아닌 중국 지도자들 일기와 문헌 등에 바탕을 둔 ‘팩트’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 것”이라고 했다. 한류 못지않게 60년대 중국을 휩쓸었던 북한 영화를 비롯한 이른바 ‘조류’(朝流)의 인기에 얽힌 일화들도 소개할 생각이다. 한때 교수직을 던지고 80여년 역사를 지닌 중국의 종합언론출판기구인 ‘싼롄’(三聯)의 한국 쪽 대표를 지냈고, 대학시절 스키선수로도 활약했던 이 자유인이 숱한 미공개 사진들과 함께 선보일 북-중 관계의 숨은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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