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한 데 대해 정부의 통일·국방·외교 장관들은 유보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장관들은 남북관계 개선에 당장 나서기보다는 북한의 움직임을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일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김 제1비서가 우리 정부에 대해 “북-남 관계 개선으로 나오라”고 말한 대목에 대해 “그런 표현을 갖고 무엇을 제의했다고 해석될 여지는 별로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제1비서의 신년사를 남북 대화 제안으로 보지 않으며, 그에 대해 어떤 구체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다만 최근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한 북한과의 협의에서 남북 관계 개선의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발전과 관련해) 북한과 보조가 조금 맞는 것 같다. 하나씩 주고받으면서 가는 것 같다. 좀 더 많은 약속을 하고 그것이 이행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방부 간부 조찬 간담회에서 김 제1비서의 신년사와 관련해 “북한이 화전(평화-전쟁) 양면 전술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대비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발언 역시 전날 김 제1비서의 제안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전날 김 제1비서의 제안이 남북 관계 자체보다는 내부적 요인 때문에 나왔을 것으로 봤다. 그는 정례 브리핑에서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은 (어떤) 여건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항상 유화책으로 나왔다. 그래서 대화하자고 했고 그때 남북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김 제1비서의 제안과 관련해 오히려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시무식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정세의 불확실성과 유동성이 심화되고 있다. 북한 도발 가능성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핵 문제,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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