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쪽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황금평 경제지대. 철조망 너머로 북한군 초소와 황금평 경제구라고 쓰인 기둥이 서 있다.
‘처형 이후’ 북중 접경 단둥 르포
황금평지대 건설·물류이동 잠잠
중국쪽 압록강변은 평소와 다름없어
‘장 라인’과 사업벌인 철강·광산업자
북한서 어떤 조치 취할지 예의주시
중 언론 “북, 국경경계 강화” 보도
고요함 속 숙청 후폭풍 ‘촉각’
황금평지대 건설·물류이동 잠잠
중국쪽 압록강변은 평소와 다름없어
‘장 라인’과 사업벌인 철강·광산업자
북한서 어떤 조치 취할지 예의주시
중 언론 “북, 국경경계 강화” 보도
고요함 속 숙청 후폭풍 ‘촉각’
“어서 돌아가시라요.”
28일 오전. 압록강 하구에 자리한 ‘황금평 경제지대’ 들머리 초소를 지키던 북한군 초병은 “이야기 좀 하자”는 기자의 말을 일축했다. 초병 두명은 아예 초소로 들어가버렸다.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서 바라본 북-중 경협의 상징인 황금평 경제지대는 고요했다. 철조망 너머로는 경제특구에 걸맞는 공장 건설이나 물류 이동의 낌새가 전혀 없이 고동색 벌판만 이어질 뿐이었다.
북-중 경협을 지휘했던 장성택 전 북한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이 처형된 지 보름여가 흐른 지금, 북한 신의주와 맡붙은 단둥은 겉으론 평온한 모습이었다. 압록강변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산책을 하는 중국인들과 관광객이 오갔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끊어진 압록강 단교 너머로 보이는 북한쪽 마을에선 몇몇 주민들이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북-중 무역의 전초기지이자 철광석, 석탄, 수산물, 비료 등을 거래하는 수백개의 대북 무역업체들이 자리한 이 변경 도시는 ‘장성택 숙청 이후’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업가는 “장성택이 처형되고 사나흘 뒤 북한 쪽에서 대북사업을 하는 단둥의 화교 업체들을 찾아와 무역 상황 등을 조사하고 갔다. 장성택 비자금 관련 조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석탄 등 광산 관련 업종을 비롯해 철강, 수산업 등 대규모 장비를 북한에 투자해 장성택 라인과 크게 사업을 벌이던 사업가들은 어떤 변화가 있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둥 세관을 통한 북-중 무역에선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단둥의 소식통은 “내년 초 김정은의 생일(1월8일)도 있고, 북한도 장성택 사건으로 어수선한 민심을 달래려고 중국을 통한 물품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북한은 중국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장성택 라인이 숙청됐어도 또 다른 북한의 라인을 통해 북중 무역은 이내 복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둥 현지인들은 북중 양국이 공동개발하기로 한 황금평 경제지대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고 전했다. 황금평 지대는 애초 정보통신과 문화, 디자인 산업을 주력으로 유치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기업들의 입주가 부진하자 신발, 봉제 등 노동집약적 업체들에 입주를 권유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북한군이 북-중 접경지대에서 경계를 강화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8일 자체 취재 결과 “북한 국경 경비대가 이전과 달리 야간 순찰을 활발히하고 10m마다 잠복근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여행 비수기이긴 하지만 탈북자 발생을 우려한 북한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경지역 단기 관광상품도 중지시켰다”고 보도했다.
선양에서 만난 뤼차오 랴오닝성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소 주임은 조심스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조기 방북 가능성을 예상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장성택 사태 뒤 정권 안정화를 꾀하려 방중을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6자회담 등 핵문제에 관해서도 기존의 완고한 태도를 일부 바꿀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북한의 안정을 원하는 중국도 방북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둥/글·사진 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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