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2주기] 주석단 배치, 달라진 권력서열
‘장성택 라인’ 로두철·문경덕 건재
군 원로 김격식·리명수 등은 빠져
권력틀 결정짓는 행사 아니라
큰 변화 없다는 분석 나와
‘장성택 라인’ 로두철·문경덕 건재
군 원로 김격식·리명수 등은 빠져
권력틀 결정짓는 행사 아니라
큰 변화 없다는 분석 나와
의외로 큰 변화는 없었다.
17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 중앙추모대회 주석단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를 제외한 30명의 주석단 인물 가운데, 1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사람은 박봉주 내각 총리 등 7명뿐이었다. 1주기 참석자 가운데 이번에 빠진 사람은 얼마 전 처형된 장성택 전 당 행정부장 등 12명이었다.
주석단에는 김 제1비서를 중심으로 오른편에 최룡해 총정치국장, 리영길 군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최태복 당 비서, 김영춘·리용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주로 군 관련 인사 15명이 자리했다. 왼편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 김철만 당 중앙위원, 김기남 당 선전선동부장, 박도춘 당 비서 등 당과 내각 쪽 인사 15명이 앉았다.
김 제1비서의 왼쪽 바로 옆자리에 앉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헌법상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오른쪽 바로 옆자리의 최룡해 국장은 앞으로 장 전 부장의 공백을 메우면서 실질적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국장은 지난해에도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에 이어 김 제1비서의 오른편 두번째에 앉았다. 최춘식 과학원장이 당시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에 대한 대접으로 일시적으로 앉았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난해에도 그가 김 제1비서의 바로 옆에 앉았던 셈이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군을 대표해 추모 연설을 했다.
최 국장과 함께 장 전 부장의 처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도 주석단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방위 부위원장들보다 더 먼 자리에 앉아 공식 서열상에서는 큰 변화가 없음을 나타냈다. 장 전 부장의 부인이자 김 제1비서의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는 이날 참석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있었으나, 결국 나오지 않았다.
이른바 ‘장성택의 사람’으로 알려진 로두철 내각 부총리,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석단에 자리를 잡았다. 장 부장의 숙청에 뒤이어 광범위한 권력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아직 그런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당장은 장 전 부장의 세력까지 안고 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들이 장 전 부장의 측근으로 잘못 알려졌을 수도 있다.
올해 새로 주석단에 앉은 사람은 박봉주 총리와 리영길 총참모장, 장정남 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김창섭 국가안전보위부 정치국장, 황순희 관장, 오형진 재일본조선인 대표단장 등 7명이다. 그러나 이들의 부상은 이미 대부분 알려진 것이다. 지난해 추모대회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불과했던 박 총리는 올해 3월 내각 총리 자리에 오르며, 1년 전 최영림 전 총리가 앉았던 왼쪽 두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최 전 총리는 박 총리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왼쪽 7번째 자리를 지켰다.
항일 빨치산 출신의 황순희 관장은 94살의 고령으로 김 상임위원장, 박 총리에 이어 김 제1비서의 왼편 세번째에 앉았다. 지난해 김경희 당 비서가 앉았던 자리다. 황 관장이 주석단에 앉은 이유는 이른바 ‘백두혈통’을 옹위하는 항일 빨치산의 역사와 전통을 부각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 관장과 그의 남편 류경수는 김일성 주석과 부인 김정숙씨 등과 함께 동북항일연군에서 활동한 빨치산 동료였다.
군부 원로인 김격식 전 인민무력부장과 김정각 국방위 위원, 리명수 전 인민보안부장 등은 교체돼 올해엔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김경희 비서 옆에 앉았던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은 지난 13일 사망했다.
주석단의 인물 교체 폭이 크지 않은 것은 이번 행사의 성격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행사가 김 국방위원장에 대한 추모대회이며, 권력이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일반 행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석단은 대부분 김정일 시대의 인물들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장성택의 숙청에 따른 영향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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