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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집권초엔 개방적 이미지 부각 노력 ‘장성택 처형’ 공포정치로 돌아서

등록 2013-12-16 20:26수정 2013-12-17 08:18

김정은-김정일, 리더십 차이는

김정은 체제 출범이후
당정군 주요인사 절반 교체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권력을 승계하고도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탈상(3년)까지는 숙청을 자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김 제1비서는 집권한 지 2년이 되기도 전에 고모부이자 권력 승계 과정의 강력한 후견인이던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하는 잔인한 면모를 과시했다.

이 부자의 ‘다른’ 모습은 이것만이 아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여러 면에서 아버지보다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잔혹한 ‘정적’ 제거뿐 아니라 바짝 쳐올린 머리 모양에 긴 코트를 차려입고 뒷짐을 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현지 지도’를 다니는 모습은 영락없이 김 주석이다.

김 제1비서는 집권 초반 개방적이고 친근한 서방형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군부대를 방문해 군인들의 손을 잡고 걷고 세련된 스타일의 부인 리설주씨를 공개하는 등 새로운 지도자의 분위기를 선보였다. 지난해 4월 사실상의 취임 때는 공개 연설을 했고, 올해 1월에는 신년사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개방적인 태도는 서방으로부터 ‘은둔의 독재자’라 불렸던 아버지 김 국방위원장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김 제1비서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당 공식 기구를 활용했다. 당 비서나 전문 부서 부장들이 올리는 문건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지시를 전달했던 김 국방위원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번 장 전 부장이나 리영호 전 총참모장의 해임 결정도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이뤄졌다. 경제·핵무력 병진 노선을 내세운 것 역시 ‘선군정치’라는 표어로 군을 앞세웠던 아버지와는 다르다.

이런 차이는 두 사람의 성장 과정과 최고 지도자가 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 국방위원장은 1942년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북한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다. 22살 때부터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52살인 1994년 최고 지도자가 됐다. 30년가량 아버지 밑에서 착실하게 후계자 수업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집권 직후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식량 사정이 심각해져 북한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었다.

반면 김 제1비서는 스위스 베른 부근에서 10년 가까이 유학 생활을 하며 서구식 교육을 받았다. 그가 서방형 스타일을 갖게 된 경험적 계기이다. 이어 그는 후계자로 내정(2008년 8월)된 지 3년여 만인 2011년 12월 김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함께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후계자 수업을 받은 기간이 아버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이는 그의 권력 기반이 그만큼 취약하고, 그가 아버지보다 집권 초기에 권력 기반 강화에 더 몰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김 제1비서는 최고 지도자가 된 뒤 권좌의 공고화를 서둘렀다. 김 국방위원장 사후 넉달 만에 최고사령관, 당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최고 직책을 잇달아 접수했는데, 이는 아버지인 김 국방위원장이 주요 직책을 차지하는 데 4년이 걸린 데 견줘 매우 짧은 기간이다. 통일부 분석을 보면,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당·정·군의 주요 인사 218명 중 거의 절반인 97명(44%)이 교체됐다. 최근 벌어지는 격렬한 숙청 작업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집권 초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모습을 보이던 김정은이 현재는 정치 부분이긴 하지만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의 권력이 탄탄해질 때까지 이런 모습을 계속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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