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왼쪽)과 미하엘 에르틀 미앤프렌즈 대표(가운데)가 12일 개성공단 삼덕통상 공장을 방문해 북한 노동자들이 신발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삼덕통상 제공
내년초 개성서 양해각서 조인식
“공단재개 석달 넘었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주문회복 안된 업체 많아”
“공단재개 석달 넘었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주문회복 안된 업체 많아”
개성공단 입주기업 삼덕통상의 문창섭 회장은 북한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된 지난 12일에 독일 바이어(구매자)들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삼덕통상이 만든 신발을 독일로 들여가는 미앤프렌즈(ME&Friends AG)의 개성공단 합작투자를 위한 실사 차원의 방문이었다.
미하엘 에르틀(Michael Ertl) 미앤프렌즈 대표는 개성공단 내 삼덕통상 공장을 문 회장과 함께 둘러본 뒤 합작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곧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미앤프렌즈의 결정은 개성공단에 국외 기업이 투자하기로 한 첫 사례다.
문 회장의 개성 공단 방문일은 공교롭게도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이 처형당한 날이었다. 문 회장은 “(방문 당시)개성 공장 직원들은 물론, 공단의 북쪽 관계자들한테서도 아무런 ‘이상 기류’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 전 부위원장의 처형 사실은 13일 공표돼 국내에 알려졌다. 문 회장은 “기업하는 사람들은 오직 비지니스만 생각한다. 이상한 기류가 있었더라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회장은 “독일 바이어들이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분단국가의 아픔을 잘 알고 있는 독일인으로서 한반도 통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양해각서 조인식은 내년 초 개성공단의 삼덕통상 공장에서 열기로 했다.
“개성공단이 재개된 이후 지난 9월26일에도 독일 바이어들과 함께 처음 개성공단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3통 문제’(통행·통신·통관 절차 완화)가 걸림돌이 됐는데, 이번에 남북 당국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로 했죠.” 외국 기업의 개성공단 투자는 남북간의 정치·군사적 변수에 따라 공단이 폐쇄되는 등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고 문 회장은 기대했다. 지난 10월 정부가 추진하던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투자설명회는 3통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에 진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개성공단이 5개월 동안 폐쇄되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삼덕통상이 해외 투자를 성사시킨 것은 바이어와 오랫동안 거래하며 쌓아온 신뢰 관계 덕분이었다. “신발과 같은 제조업은 한번 바이어를 놓치면 다시는 돌아오게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중국이나 국내 하청업체로 돌려서 납품 약속을 지켰죠. 우리 사정이 절박하다는 걸 알고 국내 하청업체들이 납품가를 비싸게 불러서 큰 손해를 봤지만, 그 덕분에 바이어와 신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미앤프렌즈는 삼덕통상과 10년 가까이 꾸준히 거래해왔다.
삼덕통상은 부산 공장에 국내에서 최대의 연구개발센터와 제조 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2004년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문 회장은“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원청회사의 주문이 회복되지 않은 업체들이 많다”고 전했다. “공단 가동을 재개했을 때는 연말쯤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금 상태로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남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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