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토지 헐값매각 매국행위”
중·러와 경협 변화 여부 주목
중·러와 경협 변화 여부 주목
북한이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의 범죄로 ‘지하자원 헐값 매각’과 ‘나선 경제무역지대 토지 매각’ 등을 거론함에 따라 북한의 중-러 경협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북한은 8일 장 전 부장의 해임을 결정한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선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에 팔아버리는 매국행위”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12일 장 전 부장의 재판 소식을 전하는 보도에선 자원 매각에 대해 “석탄을 비롯한”이라고 더 구체화한 뒤 “지난 5월 나선경제무역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를 범죄로 추가했다.
북한의 광물자원 수출의 주요 대상국은 중국이다. 코트라의 자료를 보면, 북한의 2011년 광물자원 수출액이 16억5665만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약 97%가 중국 수출이었다. 따라서 자원 헐값 매각을 거론한 것은 중국도 어느 정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당국자는 “석탄의 경우 값이 떨어지고 있다. 예컨대 이전에는 1억달러어치라고 했다가 나중에 팔려니 5000만달러밖에 안 되는 상황을 장성택 쪽에 떠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선 지역 토지 매각 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불투명하다. 북한은 나선항의 1, 2호 부두와 4, 5호 부두의 50년 사용권을 중국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3호 부두의 경우는 러시아가 50년 사용권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2010년 전후부터 나온 것이어서 지난 5월과는 무관하다. 일부에서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나선 특구 진출을 추진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토지를 매각한 게 문제가 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경제특구의 경우 50년을 기한으로 사용권을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확인된 게 없다”며 “추정컨대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 투자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중국, 러시아만 상대로 교섭을 하니까 만족스러운 값을 받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자원 헐값 매각과 나선 특구 토지 매각을 거론했지만, 당장 자원 수출을 금지하거나 나선 특구 개발에 제동을 걸지는 알 수 없다. 우선 자원 수출을 줄일 경우 그렇지 않아도 무역수지 적자에 허덕이는 북한이 달러를 확보할 길이 만만치 않다.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의 하산-나진 연결 철도와 중국의 훈춘~나선을 잇는 도로 확장·포장이 완공되는 등 한창 시동이 걸린 나선 특구 개발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의문이다.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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