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죄목, 형법 60조 적용
북한은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을 체포 나흘 만에 특별군사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하고, 곧바로 형을 집행했다. 권력서열 2인자를 속전속결로 처형한 것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해방 전후 조선노동당과 남조선노동당의 1인자이자 북한 내 2인자였던 박헌영을 1953년 8월 체포해 2년 반 만에 처형한 것과 비교되는 속도다.
북한이 국가전복음모죄를 범했다는 장 전 부장을 이처럼 빠르게 제거한 법적 근거는 공화국 형법 60조다. 지난해 5월 개정된 북한 형법 60조는 국가전복음모죄를 “반국가 목적으로 정변, 폭동, 시위, 습격에 참가했거나 음모에 가담한 자”로 규정하고,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며 죄가 중대할 경우 무기 노동교화형이나 사형, 재산몰수형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은 이 조항을 근거로 장 전 부장을 사형대로 직행시켰다.
장 전 부장이 우리의 국가정보원과 같은 국가안전보위부의 특별군사재판을 받은 것은, 북한 형법이 정한 반국가 범죄들 중 하나인 국가전복음모죄를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북한 형법은 반국가·반민족 범죄의 경우 안전보위기관이 수사와 재판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북한은 반국가 범죄를 국가전복음모죄, 인민들을 살인·납치하는 테러죄, 반국가선전·선동죄, 다른 나라로 도망가거나 비밀을 넘기는 조국반역죄, 간첩죄, 반국가 목적으로 파괴하는 파괴·암해죄, 북한 체류 외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하는 ‘외국인에 대한 적대행위’ 등으로 정하고 있다.
특히 수사·재판을 주관한 국가안전보위부가 군사재판을 진행한 것은 “군사재판소는 군인, 인민보안원이 저지른 범죄사건, 군사기관의 종업원이 저지른 범죄사건을 재판한다”는 형법 규정 때문으로 보인다. 장 전 부장은 처형 직전까지 인민군 대장이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김정은 제1비서의 장 전 부장 처형은 김일성 주석의 박헌영 숙청보다 더 과감한 것이다. 박헌영은 53년 8월 체포돼 2년 반이 지난 55년 12월15일 북한 최고재판소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처형됐다. 막강한 위치에 있던 박헌영을 상대로 공개재판을 서둘러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 당시 박헌영은 ‘미 제국주의자들을 위한 간첩행위, 공화국 정권 전복음모 행위’ 등으로 기소됐다. 몇몇 재판관들 앞에서 고개를 떨군 장성택과 달리 박헌영의 공개재판에는 형식적으로나마 선별된 청중들이 참석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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