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밝힌 ‘장성택 축출’ 이유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는 북한서 가장 치명적 범죄
북 역사 통틀어 가장 이례적이고 공개적인 ‘정적 축출’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는 북한서 가장 치명적 범죄
북 역사 통틀어 가장 이례적이고 공개적인 ‘정적 축출’
북한은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을 숙청하기로 한 8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을 전하면서, 장 부장을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동상이몽, 양봉음위(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배반함)하는 종파적 행위를 일삼았다”고 명시했다. 한마디로 장 부장이 김정은 당 제1비서를 배반했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 <로동신문>은 지난 4일 ‘정론’에서 “신념과 의리를 지키면 충신이 되고, 버리면 간신이 된다”며 사실상 장 부장을 ‘간신’으로 지목해 잔혹한 숙청을 예고했다.
장 부장에게 적용된 죄목은 ‘반당 반혁명적 종파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에서 가장 치명적인 범죄 혐의로, 북한 역사상 최대의 권력투쟁 사건이라 할 1956년 ‘8월 종파 사건’을 연상시킨다. 장 부장이 받는 주요 혐의는 분파 행위, 경제 사업 관련 행위, 개인적 부정부패 행위 등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지도했다는 이날 정치국 확대회의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은 “당 안에 배겨 있던 우연분자, 이색분자들이 당의 유일적 영도를 거세하려 들면서 분파 책동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감히 당에 도전해 나섰다. 장성택이 감행한 반당 반혁명적 종파 행위의 해독성, 반동성이 낱낱이 폭로됐다”고 밝혔다. 특히 “동상이몽, 양봉음위”라는 표현을 내세워 장 부장을 이중인격자라고 매도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1956년 ‘8월 종파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사건은 중국 혁명에 참가한 연안파와 소련의 지원을 받은 소련파 등이 김일성 주석 중심의 빨치산 세력에 정면 도전한 일이다. 김 주석이 이들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면서 북한은 김일성 유일지배 체제로 굳어졌다. 김 제1비서 역시 이번 사건을 과거 핵심 인물들을 제거하고 자신의 체제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분파 행위
“처벌 받은 자를 간부단에 넣어
세력 넓히고 지반 꾸리는 획책
김정은 명령에 불복 서슴지않아” 경제 문제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매각”
중 투자 ‘무산 철광산’ 겨냥한듯
“내각중심제 원칙 위반” 주장도 부정부패
“부적절한 여성관계·외화 탕진…”
자본주의 물든 파렴치범 몰아
부 쌓은 계층 대대적 단속 예고 장 부장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인데, 하나는 종파(분파) 형성이다. 장 부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지난 시기 엄중한 과오를 범해 처벌을 받은 자들을 당 중앙위 부서와 산하 단위 간부 대열에 넣어 세력을 넓히고 지반을 꾸리려고 획책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장 부장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김정은)의 명령에 불복하는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했다”고 맹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이 지난 2월 제3차 핵무기 실험을 앞두고 장 부장이 군부와 이견을 보였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나라의 경제 사업과 인민 생활 향상에 막대한 지장을 줬다는 것이 두번째 주요한 혐의다.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 행위를 했다”는 주장은 무산 철광산에 대한 중국과의 합작투자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합작투자는 한국에서도 북한의 핵심 자원을 중국에 넘긴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 또 “당이 제시한 내각 중심제, 내각 책임제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경제 건설이 내각 중심이 아니라, 장 부장 개인 또는 당 행정부 중심으로 운영됐음을 시사한다. 이런 경제 관련 혐의들은 장 부장의 실각이 경제 문제를 둘러싼 북한 내 노선 투쟁의 측면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실제 1956년의 8월 종파 사건도 처음에는 김일성 중심의 중공업 우선 노선과 연안파 등의 경공업·농업 병행 발전 노선 사이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이것이 나중에는 정치권력을 둘러싼 전면적인 투쟁으로 비화했던 것이다. 경제 사업과 관련한 혐의들은 사실상 그가 주도해온 황금평·위화도 특구, 나진·선봉 특구 개발이나 새로 발표된 북한 내 14개 경제 개발구 지정, 중국과의 경제 협력 등 경제 건설 사업과 노선에 일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는 “주체 철, 주체 비료, 주체 비날론 공업 발전”을 내세운 것도 경제 노선의 변화를 암시한 대목으로 읽힌다. 세번째 혐의는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물젖은 부정부패 행위”인데, 이 혐의는 장 부장이 정치·경제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동시에 도덕적으로도 타락했음을 비난하기 위해 내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확대회의는 그 근거로 “여러 여성들과의 부당한 관계, 술놀이, 먹자판, 마약 쓰기, 외화 탕진, 도박장 찾아다님”을 제시하며 장 부장을 자본주의에 물든 파렴치범으로 매도했다. 이는 최근 북한의 경제 건설 분위기 속에서 시장경제에 근거해 부를 축적한 계층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나 통제를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210] '장성택 숙청', 북한은 어디로 가나?
“처벌 받은 자를 간부단에 넣어
세력 넓히고 지반 꾸리는 획책
김정은 명령에 불복 서슴지않아” 경제 문제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매각”
중 투자 ‘무산 철광산’ 겨냥한듯
“내각중심제 원칙 위반” 주장도 부정부패
“부적절한 여성관계·외화 탕진…”
자본주의 물든 파렴치범 몰아
부 쌓은 계층 대대적 단속 예고 장 부장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인데, 하나는 종파(분파) 형성이다. 장 부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지난 시기 엄중한 과오를 범해 처벌을 받은 자들을 당 중앙위 부서와 산하 단위 간부 대열에 넣어 세력을 넓히고 지반을 꾸리려고 획책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장 부장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김정은)의 명령에 불복하는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했다”고 맹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이 지난 2월 제3차 핵무기 실험을 앞두고 장 부장이 군부와 이견을 보였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나라의 경제 사업과 인민 생활 향상에 막대한 지장을 줬다는 것이 두번째 주요한 혐의다.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 행위를 했다”는 주장은 무산 철광산에 대한 중국과의 합작투자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합작투자는 한국에서도 북한의 핵심 자원을 중국에 넘긴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 또 “당이 제시한 내각 중심제, 내각 책임제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경제 건설이 내각 중심이 아니라, 장 부장 개인 또는 당 행정부 중심으로 운영됐음을 시사한다. 이런 경제 관련 혐의들은 장 부장의 실각이 경제 문제를 둘러싼 북한 내 노선 투쟁의 측면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실제 1956년의 8월 종파 사건도 처음에는 김일성 중심의 중공업 우선 노선과 연안파 등의 경공업·농업 병행 발전 노선 사이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이것이 나중에는 정치권력을 둘러싼 전면적인 투쟁으로 비화했던 것이다. 경제 사업과 관련한 혐의들은 사실상 그가 주도해온 황금평·위화도 특구, 나진·선봉 특구 개발이나 새로 발표된 북한 내 14개 경제 개발구 지정, 중국과의 경제 협력 등 경제 건설 사업과 노선에 일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는 “주체 철, 주체 비료, 주체 비날론 공업 발전”을 내세운 것도 경제 노선의 변화를 암시한 대목으로 읽힌다. 세번째 혐의는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물젖은 부정부패 행위”인데, 이 혐의는 장 부장이 정치·경제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동시에 도덕적으로도 타락했음을 비난하기 위해 내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확대회의는 그 근거로 “여러 여성들과의 부당한 관계, 술놀이, 먹자판, 마약 쓰기, 외화 탕진, 도박장 찾아다님”을 제시하며 장 부장을 자본주의에 물든 파렴치범으로 매도했다. 이는 최근 북한의 경제 건설 분위기 속에서 시장경제에 근거해 부를 축적한 계층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나 통제를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210] '장성택 숙청', 북한은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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