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성책 실각’ 파장
① ‘쌍두마차’ 최룡해와 권력투쟁서 밀렸나
② 후견체제서 ‘김정은 직할체제’로 전환 나섰나
③ 북-중관계·경제문제 지지부진…문책 당했나
2006년에도 복권된 적 있어 “예단 이르다” 분석도
① ‘쌍두마차’ 최룡해와 권력투쟁서 밀렸나
② 후견체제서 ‘김정은 직할체제’로 전환 나섰나
③ 북-중관계·경제문제 지지부진…문책 당했나
2006년에도 복권된 적 있어 “예단 이르다” 분석도
국가정보원이 국회에 보고한 ‘장성택 실각 가능성’은 그가 북한 권력지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시점 등에 비춰볼 때 매우 놀라운 사건이다. 무엇보다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은 김정은 체제 출범과 안정에 핵심적인 후견인 구실을 해왔기 때문이다. 장 부장이 실각했다면,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친정 체제 전환,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의 권력 투쟁, 경제 개혁에 대한 반대 등이 주요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장 부장의 실각 시기를 지난달 하순으로 추정했다. 장 부장은 올 10월10일 당 창건 68돌 합동공연에서도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를 수행했고, 한달 뒤인 지난달 6일 이노키 간지 일본 참의원 의원 일행을 면담한 뒤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 장 부장이 실각했다면,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6일 이후 북한 매체에서 장 부장의 신변 변화를 짐작하게 할 만한 보도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 부장의 실각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의 양대 축이었던 장 부장과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최근 갈등을 빚어왔다는 설이 주목받는다. 둘 사이의 권력 투쟁에서 장 부장이 밀렸다는 것이다. 장 부장과 최 국장은 애초 의형제를 맺은 사이로 알려질 정도로 가까웠다. 그러나 지난해 장거리 로켓 발사와 올 2월 3차 핵실험 과정에서 온건파와 강경파의 입장을 대표하며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 측근 인사들의 비리 혐의 포착과 처형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최 총정치국장이 사실상 제2인자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가 집단 지도적인 후견 체제에서 1인 직할 체제로 전환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리영호 전 총참모장을 비롯해 김정각 전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 ‘아버지’의 사람들은 김정은 체제가 안착하면서 하나씩 권력 핵심에서 밀려났다. 장 부장의 실각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로동신문>이 1일 “김정은 유일영도 체계를 철저히 세우며 세상 끝까지 김정은과 운명을 함께할 것”이란 보도를 내보낸 것도 이와 관련 있어 보인다.
장 부장이 책임지고 있던 북-중 관계와 경제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은 것에 대한 문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 부장은 ‘나선 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를 위한 조·중 공동지도위원회’의 북한 쪽 위원장을 맡아왔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베이징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면담하는 등 대중 관계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북-중 관계는 김정은 제1비서가 집권 2년이 되도록 중국 방문조차 못하는 등 지지부진하다. 또 황금평·위화도 개발도 거의 진전이 없다. 김연수 국방대학원 교수는 “김정은 제1비서가 큰 관심을 보이는 경제 살리기와 대중 관계에서 뚜렷한 실적이 없는 점이 강경파에 공격의 빌미를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부장의 실각이 일시적인 것인지, 영구적인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장 부장은 2003년 7월에도 ‘분파 행위’를 이유로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가 2년6개월 만에 복권된 바 있다. 장 부장의 복권 가능성은 곧 그의 실각 이유가 무엇인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김 제1비서에게) 김경희 당 비서가 남편 장성택 부장을 실각까지 시켜서야 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의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의 구명도 통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엄중한 문책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장 부장의 실각이 공식 기구나 매체의 발표를 통해 확인되기 전까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연수 교수는 “김정은 체제의 특징은 주요 사안을 공식 절차를 거쳐 처리한다는 것이며, 지난해 7월 리영호 총참모장의 숙청도 당 정치국 회의에서 결정됐다. 장 부장의 실각 여부도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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