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넘는 북대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전체회의가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남측 대표인 이덕행(오른쪽)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과 북측 대표인 박용일 북한적십자사 중앙위원이 회의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파주/통일부 제공
남북, 내달 금강산 이산상봉 합의
‘근본적 해결’ 놓고 5시간 공회전
‘애초 실무접촉선 무리수’ 지적도
‘근본적 해결’ 놓고 5시간 공회전
‘애초 실무접촉선 무리수’ 지적도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남쪽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상봉 규모 확대와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포함에 대한 북쪽의 답을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
남북 수석대표들은 이날 전체회의 머리 발언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이 앞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박용일 북쪽 단장은 “북-남 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는 말씀도 있었는데 오늘 적십자인들이 그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덕행 남쪽 수석대표도 “아마 적십자단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제일 많을 것”이라며 “여기에서 이제 성과를 내서 신뢰를 쌓으면 우리가 앞으로 훨씬 더 많이 발전되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런 인식에 따라 회의 시작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접촉이 시작된 지 5시간이 지난 오후 3시 넘어서까지 남쪽이 제기한 상봉 정례화, 생사 확인, 서신 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둘러싸고 한치의 진전도 없이 답보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작 상봉 규모와 시기 등은 협의도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3시30분쯤 기자들에게 “2차 수석대표 접촉이 마무리됐는데 이제부터는 시기, 규모, 장소 문제를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뒤 밤 9시까지 5시간에 걸친 3·4차 수석대표 접촉에서 남쪽은 상봉 규모를 확대하고 국군포로·납북자를 이산가족 상봉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생사·주소 확인 등에 많은 시간이 든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북쪽이 제기하며 난색을 표명해 벽에 부닥쳤다. 또 국군포로·납북자는 북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만큼 명시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실무접촉은 결과적으로 2010년 수준의 이산가족 상봉 합의라는 결과를 냈음에도 협상 과정은 그 어떤 회담 못지않게 진통을 겪었다. 과거의 경우 이 정도 합의라면 오전 회의를 마치고 바로 합의해 발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적십자 중앙위원급이 수석대표가 되는 실무접촉에서 상봉 정례화, 서신 교환 등 이산가족 근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 일로 보인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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