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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대책 없이 돌아와 착잡” “북, 화난다고 출입통제 말되냐”

등록 2013-04-28 20:33수정 2013-04-28 21:32

귀환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주재원들과 마중 나온 직원들이 27일 오후 경기 파주 경의선 남북출입국사무소(CIQ) 물류센터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파주/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귀환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주재원들과 마중 나온 직원들이 27일 오후 경기 파주 경의선 남북출입국사무소(CIQ) 물류센터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파주/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입주기업 주재원들의 시름
북한 정부에 의해 고립되고 남한 정부의 손에 이끌려 나왔지만, 지난 한달가량 개성공단을 지켜온 체류 기업인들 다수는 여전히 실낱같은 ‘공단 정상화’의 희망을 붙들고 있었다. 북한이 남쪽 인원·물자의 출입을 막은 지 24일 만인 지난 27일 귀환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주재원들은 오랜만에 안긴 가족의 품에서 안도하면서도 개성공단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시름을 놓지 못했다.

“회사 앞날 깜깜, 월급은 나올지…”
벌써 다른 일자리 찾는 사람도
일부는 공단 사수 고려했지만
‘남남 갈등’으로 비춰질까 포기
업체 대표단 “내일 방북 추진”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법인장 박아무개씨는 1일 북에 들어간 지 4주 만에 집에 돌아왔다. ‘법인장’이란 북한에서 업체 대표를 일컫는 말이다. 가족과 재회한 그는 “그렇게 먹고 싶던 생맥주를 함께 마셨다”고 한다. 그러나 몸의 갈증을 푼 것은 잠시였을 뿐 28일 당장 앞날 걱정이 엄습해 왔다. 박씨는 “먼저 (개성공단을) 나온 다른 기업 법인장은 일자리를 찾는다며 취업사이트를 살펴보고 있다. 일부 주재원들도 회사로부터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통보를 받아 월급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의 남북출입사무소 개성공단 기업인 입국 현장에서도 ‘재회의 기쁨’과 ‘앞날의 불안’이 교차했다. 통일부가 철수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인 이날 입주기업 법인장·주재원 126명 전원은 두 차례에 나눠서 남쪽으로 돌아왔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기반시설 관리 남쪽 인원 50명만 남은 상태다. 한 전자업체 이아무개(49) 부장은 전체 6명의 한국 직원 가운데 끝까지 버티다 이날 돌아온 2명을 마중하러 나왔다. 그는 직원들을 반기면서도 “중국에도 공장이 하나 있지만 인건비가 싼 개성공단 폐쇄로 우리 같은 영세업체의 타격이 크다. 직원들이 텅 빈 공장을 매일 지키며 3주를 버텼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마중 나온 사람들 중에는 아들을 보러 힘든 걸음을 한 어머니도 있었다. 두 아들이 섬유업체 ‘녹색섬유’의 사장과 법인장으로 일하는 신정옥(77)씨는 “그동안 법인장으로 개성공단에 머물러온 둘째아들 걱정에 잠을 못 이뤘다”며 초조했던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아들들이 개성공단 입주 10년이 지나도록 빚도 다 못 갚았다. 남북이 서로 화가 난다고 출입을 막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식료품 또는 의약품 반입이 거부되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전격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체류 인원들의 말은 조금 다르다. 한 입주기업의 관계자는 “식자재는 없지 않았다. 먼저 나간 사람들이 주고 간 몫이 있었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북쪽 노동자들을 먹이려 했던 식량들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의약품에 대해서도 “북이 남쪽으로 출경을 막은 것은 아니라서 많이 아픈 이들은 먼저 귀국해 상태가 심각한 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 의류업체 직원은 “밥과 김치에다 공장 인근 밭에서 시금치와 상추를 뜯어 양념을 해 먹었다. 공장을 지키며 남는 시간엔 다른 공장 직원들과 모여 운동도 하며 지냈다”고 전했다.

기업인들은 오히려 대책 없이 떠나온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한 입주업체 법인장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떠나와 너무 착잡했다. 아예 문을 잠그고 잠복한 법인장도 있었지만, 기업 대표와 개성공단관리위원회의 설득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철수 시점으로 밝힌 27일 오전까지도 20여개 기업의 법인장들은 ‘공단 사수’를 고려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가 남으면 그들에 대한 논의를 계기로 남북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논쟁이 있었지만 ‘남남 갈등’으로 비칠까봐 결국 정부 방침을 따르게 됐다”고 말했다.

입주 기업인들은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신발제조업체 ‘한스산업’의 이병윤(50)씨는 귀환하는 자리에서 “지금은 폐쇄되더라도 언제가 되든 공장이 재가동되길 희망한다.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개성공단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보도자료를 내어 “(귀환 결정에) 매우 당혹스러웠지만 우리 정부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오는 30일 대표단을 북에 보내기 위해 곧 정부 쪽에 방북 허가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성 이정훈 이유진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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