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안전보장 방안…6자틀 밖에서 해야”
‘평화적 핵 이용 불허’ 기존입장 재확인
‘평화적 핵 이용 불허’ 기존입장 재확인
미국은 지난달 제4차 6자 회담과 사전협의 과정에서 북한과 평화협정 구상을 논의했으며, 한국·중국과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6자 회담 미국 쪽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17일(이하 현지시각) 밝혔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후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과 뒤이은 회견에서 “6자 회담 기간에 평화협정 구상이 논의됐으며, 그 2주 전에도 북한쪽과 이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미 양쪽은 평화협정 구상을 추진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고 중국과도 이를 상의했다”며 “그러나 이는 6자 회담에서가 아니라 다른 적절한 당사자들이 (따로) 논의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가 ‘평화협정 구상’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힌 것은 미국이 6자 회담을 핵문제 해결의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 구축의 큰 흐름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6자 회담의 과정이 이 지역 국가간의 새로운 양자관계와 다자적 지역 추진체를 만들어내는 모태와 같은 것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6자 회담이 또 하나의 작은 군비통제 회담이 아니라, 지난 세기의 중반부터 생겨난 문제를 다루면서 동시에 보다 바람직한 미래로 나아갈 길로 이어지는 문제를 다루는 협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핵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것이라며, “이달말 6자 회담이 다시 열려 기본원칙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9월말, 늦어도 10월까지는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힐 차관보는 또 핵심쟁점인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해 “전체적 협상안은 북한이 핵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도록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북한이 가까운 시일 안에 핵 에너지를 필요로 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인 (북한의) 핵 이용권은 (앞으로) 상황에 따른 가설적인 쟁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의 이날 발언은 대미관계 정상화라는 북한의 요구를 6자 회담의 과정 안에서 평화협정 구상에 대한 논의로 수용하면서, 6자 회담을 탈냉전과 동북아 새 질서 구축의 한 과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미국의 인식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북한이 주장하는 핵의 평화적 이용권, 특히 경수로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전력지원 제안 등에 따라 북한의 현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요구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훗날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어느 시점에서 주권으로서 평화적 핵 이용권을 요구할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지 않아, ‘가설적인 쟁점’으로 유보해두는 타협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이 이 부분을 빈자리로 남겨놓고, 속개되는 6자 회담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 폐기에 합의하자는 뜻으로 이해된다. 강태호 기자,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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