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세미나 개막…남·북 당국자 회동 관심
임성남 “의견교환 기대”…비공식 접촉 있을 수도
임성남 “의견교환 기대”…비공식 접촉 있을 수도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나란히 참석해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 시러큐스대 행정대학원인 맥스웰스쿨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등이 공동주최하는 한반도 관련 세미나가 7일(현지시각) 뉴욕 밀레니엄플라자 호텔에서 개막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을 주제로 9일까지 열리는 이번 세미나에는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함께 참석했다.
이에 따라 최근 북-미 3차 고위급회담 합의 이후 남북한 고위당국자간 회동 성사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임 본부장은 이날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2012 서울핵안보정상회의’ 세미나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리 부상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은 계획이 없다”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남북간에도 최근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과의 개별 접촉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는 지난 6일 미국에 도착하면서 “(임 본부장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한 리 부상의 반응과 온도차를 보인다. 북한은 남한과의 거리를 두는 ‘통미봉남’ 차원으로, 한국은 이를 극복하려는 듯한 모양새로 비춰지기도 한다. 또 임 본부장은 애초 참석자 명단에 없었으나, 뒤늦게 ‘옵서버’로 이름을 올렸다가 이후 발언권을 갖는 정식 참가자로 바뀌었다.
임 본부장과 리 부상은 7일 저녁 환영 리셉션장에서 서로 인사를 나눴으며, 8일 오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를 주제로 진행되는 제1세션 회의에도 함께 참석했다. 1세션에서는 리 부상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각각 기조발제하고, 임 본부장이 토론에 참여한다. 또 남북한 대표를 포함한 세미나 참석자들은 호텔 28~29층에 방이 배정돼 있고, 이틀 동안 하루 온종일 행사장에서 서로 함께 지내게 돼 어떤 형태로든 비공식 접촉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회의 참석자는 “단순히 남북한 대표가 만나 ‘통미봉남’을 불식시키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며 “만남 자체보다 만나서 어떤 진전된 대화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는 세미나 이후 10일 미국외교정책 전국위원회가 주최하는 간담회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미나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이 원장으로 있는 시러큐스대 행정대학원과 독일 에버트 재단 외에 미주동포전국협회, 한신대 평화와공공센터, 태평양세기연구소(Pacific Century Institute) 등 5개 단체가 공동주최했다. 이번 회의는 순수 민간행사인 ‘트랙 2’를 표방해 리 부상도 북한 외무성 부상이 아닌, 외무성 산하 군축평화연구소 고문 자격으로 참가했다.
이번 행사에는 남북한, 미국 외에도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6자회담 참가국의 전직 정부 고위관료 및 민간 전문가들은 물론 독일, 몽골, 유엔, 유럽연합(EU) 관계자 등 모두 40여명이 함께 자리를 했다.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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