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합의내용 살펴보니
미 식량 지렛대로 북 광범위 조처 끌어내
비핵화 논의 끝아닌 시작…북 이행 관건
“경수로 제공 논의” 미 발표엔 포함 안돼
미 식량 지렛대로 북 광범위 조처 끌어내
비핵화 논의 끝아닌 시작…북 이행 관건
“경수로 제공 논의” 미 발표엔 포함 안돼
북한과 미국이 29일 밤 11시(한국시각) 평양과 워싱턴에서 동시 발표한 3차 북-미 고위급회담 합의내용을 보면, 양쪽의 의견 조율이 예상보다 훨씬 깊고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우선, 가시적인 내용은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대북식량 24만t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북한이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영변 우라늄 농축활동 임시중지와 우라늄 농축활동 임시중지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허용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전향적 조치로 해석된다.
발표 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북한이 상당 수준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애초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대해 완전한 가동중단보다는 연료를 주입하지 않는 ‘공회전’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은 우라늄농축시설의 ‘확실하고 검증 가능한 중단’을 요구하며 ‘공회전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강조했다.
또 식량지원에 있어서도 미국은 ‘총량 24만t’을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북한의 요구사항인 옥수수 등 곡물을 포함시키는 형태를 취하는 수준에서 맞췄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 진행과정을 보면서 식량지원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미국의 방침을 관철시킨 것이다. 미국은 지원된 식량의 분배를 감시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성의 표시에 대해, 미국은 식량지원 외에 북-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전향적 조처들을 취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조선을 더이상 적대시하지 않고 자주권을 존중하겠다고 했다”는 북한 발표는, 미국 쪽의 전향적 태도를 북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음을 보여준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사전조치에 잠정합의함에 따라 이제 6자회담 재개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단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과정을 지켜본 뒤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의 합의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6자회담이 예상보다 빨리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경우, 이르면 3월에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은 뉴욕채널 등을 통해 우라늄농축시설 가동중단 방식,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방북 시기와 대북 영양식 제공 시기 등을 조율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에서 내주에 뉴욕을 방문할 예정인 리용호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와 미 국무부 인사들과의 만남이 주목된다.
그러나 6자회담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이것은 북한의 비핵화 논의에 대한 ‘끝’이 아닌 ‘시작’으로 봐야 한다. 북한과 미국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대북제재 해제와 경수로 제공 문제를 우선 논의하기로 했다고 북한 쪽은 밝혔다. 그런데 이날 발표된 내용을 보면, 북한은 ‘6자회담 재개시 경수로 제공 문제를 우선 논의하기로 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반면, 미국 발표내용에는 ‘경수로 제공’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자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최우선 관심이 ‘경수로 제공’이라는 점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인 동시에 미국이 ‘경수로 제공’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는 점을 짐작게 한다.
이는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그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동안 북-미 관계가 오랜 경색 국면을 지나온 만큼, 비핵화와 본격적인 신뢰 회복의 첫 단추를 새롭게 끼웠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매우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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