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로 평양 도착…금수산기념관서 조문 관측
“남편때 왔으니 가는 게 도리…남북관계 도움을”
정부 메시지는 없이 간듯…27일 돌아올 예정
“남편때 왔으니 가는 게 도리…남북관계 도움을”
정부 메시지는 없이 간듯…27일 돌아올 예정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방북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남조선 조의방문단이 26일 개성을 통과하여 평양에 도착하였다”고 보도했다. 조문단의 숙소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묵었던 백화원초대소라고 통일부 관계자가 말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백화원초대소로 찾아와 김 전 대통령과 환담하는 등 극진한 대우를 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북한이 조문단을 상당히 예우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문단은 이날 오후 김정일 위원장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조문한 것으로 보인다. 조문단은 27일 아침 일찍 평양을 떠난다.
최대 관심사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의 면담 여부는 이날 오후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2009년 김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상주들이 북한의 조문단을 맞았던 사례가 있는 만큼 비례의 원칙에 따라 김정은 부위원장이 상주 자격으로 이들 조문단을 맞을 가능성도 있지만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희호 이사장은 당시 김기남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 6명의 북쪽 조문단과 동교동에서 따로 만난 적이 있다.
이희호 이사장과 현정은 회장 일행은 이날 아침 8시20분께 경기도 파주 민통선 내 남측출입사무소(도라산)를 거쳐 방북했다.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은 방북에 앞서 남측출입사무소에서 이 이사장의 방북 메시지를 전했다. 윤 사무총장은 이 이사장과 함께 포토라인에 서서 미리 준비해온 메모를 꺼내 “2009년 8월 남편이 서거하셨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조문 특사단을 서울에 보내주신 만큼 조문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저희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읽었다. 윤 사무총장은 조문단이 김 부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기대하는지,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갖고 있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순수한 조문”이라고만 말했다. 이들 조문단은 이어 승용차 4대와 버스 1대를 나눠 탄 뒤 20여분도 안 돼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 북측 지역으로 들어갔다.
북측 통행검사소에서는 북한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이 미리 나와 민간 조문단 일행을 영접했다. 리 부위원장은 2009년 8월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 면담을 위해 방북할 때도 영접했던 인사다. 리 부위원장은 최근까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로 현대 쪽과 협상을 벌이는 등 남쪽에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이희호 이사장 쪽 방문단은 이 이사장과 아들 홍업·홍걸씨, 큰며느리, 장손 등 김 전 대통령 유족 5명, 수행원과 주치의, 경호관 등 8명으로 이뤄졌고, 현 회장 쪽은 장경작 현대아산 대표, 김영현 현대아산 관광경협본부장(상무) 등 현대아산·현대그룹 임직원 4명이 수행했다.
이희호 이사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금강산 관광을 위해 방북한 경험이 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여사가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신 것 같다”며 “현재로선 북한에서 누구를 만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 부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반반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조문단 방북을 맞아 6·15 선언 등 남북간 합의사항을 강조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지금 내외 분렬주의 세력의 도전으로 조국통일운동이 시련을 겪고 있지만 온 겨레는 6·15시대와 더불어 펼쳐진 감동의 화폭들을 되새겨보며 통일의지를 한껏 북돋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또 “남조선 당국은 우리의 대국상에 대한 태도가 자기들의 인륜적 한계와 북남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척도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다시 주장했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강추위가 몰아친 이날 이 이사장과 현 회장 일행의 방북길에는 외신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현 회장 쪽은 27일 아침 8시 바로 서울을 향하며, 이희호 이사장 쪽 일행은 개성공단을 둘러본 뒤 오후 돌아올 예정이다. 파주/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강추위가 몰아친 이날 이 이사장과 현 회장 일행의 방북길에는 외신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현 회장 쪽은 27일 아침 8시 바로 서울을 향하며, 이희호 이사장 쪽 일행은 개성공단을 둘러본 뒤 오후 돌아올 예정이다. 파주/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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