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군·당 이미 일체화 ② 실세 노령화③ 겹겹 감시 ④ 지형상 쿠데타 곤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일주일을 넘기며 관심의 초점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순조로운 정권승계로 옮겨가고 있다. 안배된 후계 체제에 대한 반대나 돌발상황에 대한 얘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같은 독재국가이면서도 혼란기에 군부가 전면에 나섰던 리비아나 이집트 등과 달리 왜 북한 군부는 조용하기만 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먼저 군부와 정권 핵심부의 일체화를 꼽는다. 대표적으로 김정은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는 리영호(차수) 총참모장과 김명국(대장) 총참모부 작전국장, 정명도(대장) 해군사령관, 리병철(대장), 윤정린(대장) 호위사령관, 최경성(상장) 11군단장 등 군 요직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정권(당) 수뇌부와 군 수뇌부가 사실상 일치하는 셈이고 군의 정치개입이 제도화돼 있다는 얘기이다. 이는 평소 군부의 뜻이나 의지가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그대로 반영됨을 뜻한다는 분석이다.
노령화도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쿠데타는 소장파 장교들이 일으킨다. 1961년의 5·16쿠데타도 당시 35살이던 김종필 전 총리가 44살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손잡고 일으켰다. 그런데 북한은 군부 실력자들이 대부분 60~70대가 많다. 군부 최고 실세라는 리영호 총참모장의 경우 지난해 9월 김정은 부위원장과 함께 당·군의 요직에 발탁되면서 김 부위원장을 떠받치는 신진세력으로 떠오를 당시 나이가 68살이었다. 위계질서가 비교적 엄격한 군 내부에서 남쪽 기준으로는 이미 은퇴 나이를 넘긴 인사들이 실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감시체제도 빼놓을 수 없다. 북한 군에서는 총참모부가 군사작전을 총괄하고 인민무력부가 군 관련 외교나 행정, 군수, 재정 등을 관할한다. 여기에 총정치국이 당을 대신해 군을 통제하며 정치사상 사업 등을 관장하고, 남한의 기무사에 해당하는 보위사령부가 반체제 인사 등을 단속한다. 강도높은 감시와 견제가 제도화돼 있는 것이다. 여기에 평양 중심부인 중구역과 모란봉 구역은 대동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지형적으로도 쿠데타 방어에 유리하다. 게다가 충성도 높은 호위사령부(남한의 경호처)와 평양방어사령부(남한의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10만여 병력이 철통방어를 펼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정권 수립자나 지배계층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군대가 창설된 다른 나라들과 달리 북한은 군부의 뿌리인 항일 빨치산이 나라를 창설한 주체”라며 “쿠데타는커녕 ‘3대 세습’을 가장 끝까지 보위할 집단이 바로 군부”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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