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미국쪽 평가 공개
방위비 분담금 전용 등 포함땐 “한국몫 93%”
방위비 분담금 전용 등 포함땐 “한국몫 93%”
국방부가 방위비 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에 돌려 쓸 수 있도록 미국 쪽에 합의(양해)해주고도 국민에게는 “아직 협의가 진행중”이라며 거짓 해명해온 정황이 미국 쪽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또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한·미 두 나라가 절반가량씩 부담한다는 한국 정부의 설명과 달리, 미국 쪽에서는 이전 비용의 90% 이상을 우리나라가 부담하는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7년 4월2일치 주한 미국대사관의 비밀 외교전문을 보면, 주한 미대사관은 2004년 용산기지 이전계획(YP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합의 당시 “미국과 한국 정부 사이에 방위비 분담금을 기지 이전 계획과 관련된 건설 비용에 사용할 수 있다는 양해(Understanding)가 있었다”고 밝히고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이런 사항을 국회와 한국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은 또 “최근 한국 국방부가 100억달러(10조여원)에 달하는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 중 절반을 한국이 부담한다고 발표했지만, 주한미군은 분담금 전용분과 민간투자임대사업(BTL·민간사업자가 시공 뒤 수십년 동안 사용료를 받아 수익을 회수하는 제도)을 포함할 경우, 한국 몫의 부담은 전체 비용의 93%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밝혔다.
한·미 두 나라는 2004년부터 기지 이전 원칙에 합의하고, 2007년 3월 이전 비용 부담과 관련해 한국이 먼저 이전을 요구한 용산기지는 한국이, 미국이 먼저 요구한 2사단은 미국이 부담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권행근 국방부 주한미군이전사업단장은 한국 부담액이 전체 10조원 중 절반가량인 5조5905억원이라고 밝혔는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시민단체들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전용으로 실제 이전 비용은 한국 정부가 대부분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국방부는 “방위비 분담금 전용 문제는 아직 협의중”이라며 의혹을 부인하다, 2008년 말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2009~2013년 방위비 분담금을 기지 이전 비용으로 쓸 수 있도록 공식 합의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했다.
따라서 이 전문만 보면 한국 정부는 이르면 2004년, 늦어도 2007년 4월 미국에 방위비 분담금 전용을 양해해주고도 이를 부인해오다 2008년에야 공식화한 셈이다.
다만 이것이 어떤 수준의 ‘양해’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2007년 8월7일 전문을 보면, 조병제 당시 외교통상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부대표(현 외교부 대변인)가 데이비드 시드니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를 만나 “방위비 분담금이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된)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 협정에 이용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나온다.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으로 바뀐 2008년 5월 전문에서도 미국 쪽은 여전히 이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28일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대북 억제 및 안정적 주둔 여건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고, 민간투자임대사업은 미국 쪽 부담으로 추진되는 사안”이라며 “방위비 분담금과 민간투자임대사업 비용을 한국 쪽 부담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정애 이순혁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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